‘1박2일’에도 나왔는데 … 카드 안받는 자갈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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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태종대공원 입구에 있는 감지해변의 무허가 조개구이촌. [송봉근 기자]

지난 20일 오후 7시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 태종대 인근 감지해변. 모래 대신 자갈이 해변을 채우고 있어 ‘자갈마당’이라 불리는 이곳에 조개구이와 해산물 등을 파는 포장마차 33곳이 늘어서 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소주 한 잔을 기울이려는 사람이 많아 부산 명소로 입소문 난 곳이다. 2010년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된 뒤 방문객은 더 늘었다. 여름철 주말이면 빈 자리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이곳은 수십 년째 상인과 행정기관, 방문객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이곳을 찾은 A(28·여)씨는 상인과 입씨름을 하다 국세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조개구이와 소주 등을 먹고 신용카드를 내밀었더니 상인이 거절해서다. A씨는 “결국 현금으로 계산하고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구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며 “손님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곳의 모든 포장마차는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한다. 무등록 업소여서다. 가게 내부에는 “신용카드 사용이 안됩니다”라는 안내판까지 걸려있다.

 사정은 이렇다. 이 일대 포장마차는 3만~5만원짜리 조개구이와 5만~7만원짜리 해물세트를 주로 판다. 소주와 맥주는 한 병에 각 3000원이다. 부산 도심의 해산물 가게에 비해 싼 편이다. 이들 포장마차는 모두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업소다. 해변 일대가 국가소유의 공유수면이어서 관할 영도구가 영업허가를 내주지 않은 때문이다. 상인들은 ‘불법’ 딱지가 붙은 채 영업을 계속하고, 행정기관은 강제철거 대신 고발만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지역 공유수면을 관리하는 부산해양수산청은 상인들을 고발한 뒤 변상금을 꾸준히 부과하고 있다. 2012년 15명, 2013년 17명, 지난해 16명을 고발했다. 그때마다 주인은 포장마차 면적에 따라 변상금 9만~38만원을 물어야 했다. 지난해에는 영도구가 상인들에게 포장마차 철거를 통보하고 이행강제금 1400만원을 부과했다. 해양수산청 고발로 상인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벌금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상인들은 “다른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없어 이행강제금과 변상금을 내는 한이 있어도 장사를 그만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여 년 전부터 영업 중인 정민(46)씨는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은 올해도 벌어질 전망이다. 영도구 관계자는 “상인들이 생존권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강제철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그래서 철거 이행강제금만 계속 부과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부산해양수산청은 “공유수면을 무단 점용한 불법시설물이어서 고발과 변상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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