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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동물성지방·폐기물로 비행기 띄운다 온실가스 줄이고, 연료비 절감 ‘일석이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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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호 06면

날로 더해 가는 탄소 배출 및 비용에 대한 압박은 항공사로 하여금 바이오연료와 같은 친환경 원료를 활용하게 만들었다. [사진 유나이티드항공]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올여름 로스앤젤리스에서 출발하는 샌프란시스코행 노선에 조금 특별한 비행기를 투입한다. 농업 폐기물과 동물성 지방에서 나오는 기름을 연료로 사용하는 비행기다.

‘바이오 여객기’ 처녀비행 초읽기

 일반 승객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엔진 소음은 여전히 크고, 이코노미 좌석은 비좁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업계와 바이오연료 업계엔 이번 비행이 특별하다. 그들의 오랜 숙원사업인 대체 제트연료를 사용한 일반 여객기가 첫선을 보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항공업계에서 바이오연료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꼭 풀어야 할 과제였다. 고객 확보가 시급했던 바이오연료 업계에도 항공사는 구애의 대상이었다. 항공사는 보통 공항 주변에 밀집해 있는 데다 모두 같은 연료를 사용한다. 이제 두 업계의 진정한 협력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달 30일 항공기 바이오연료 업계의 최대 업체인 펄크럼바이오에너지에 3000만 달러(약 34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미국 항공사의 대체연료 분야 투자 중 최대 규모다. 홍콩의 캐세이퍼시픽항공 또한 지난해 펄크럼에 투자했으나 이번 유나이티드 투자보다는 규모가 작았다.

온실가스 배출 80% 감축 효과
유나이티드가 펄크럼에서 사들이는 바이오연료는 이 회사가 총 소비하는 연료량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양이다. 지난해 이 항공사 소유의 비행기는 총 116억 달러 상당인 30억9000만 갤런의 연료를 사용했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항공사가 온실가스 감축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달 오바마 정부가 항공업계에 새 온실가스 배출한도를 부여했고,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자발적 탄소 배출 제한에 관한 협상을 내년 2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미국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의 수석자원전문가인 데비 하멜은 “항공업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바이오연료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항공사는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 외에 바이오연료에 적응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항공사의 가장 큰 부담인 제트연료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펄크럼은 가정과 도시 쓰레기에서 나오는 폐유를 항공연료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항공연료는 전통적 제트연료와 섞어 쓸 수 있다. 현재 회사는 네바다주에 바이오연료 정유시설을 짓고 있다. 향후 미국 전역에 정유시설 다섯 곳을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펄크럼은 자사가 보유한 기술로 항공사가 전통적인 제트연료를 사용할 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을 80%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유나이티드항공의 환경 부문 앤절라 포스터-라이스 상무는 “항공업계는 분명 이 시장(바이오연료)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유나이티드뿐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수많은 항공사가 바이오연료 업계에 투자했다. 알래스카항공은 2020년까지 적어도 공항 한 곳에 바이오연료를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또한 매년 최소 300만 갤런은 나무 잔여물로 만든 제트연료에서 조달하겠다고 지난해 밝혔다. 이를 이용한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실제 비행은 2017년은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영국항공은 지난해 솔레나 연료와 힘을 합쳐 2017년 완공을 목표로 런던 히스로공항 근처에 바이오연료 정유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근처에 위치한 한 주유소에 바이오연료 펌프가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마리오 로베르토 듀란 오티즈]

제트연료·바이오연료 7대3 혼합
유나이티드항공은 2013년 비식용 기름과 농업 폐기물로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알트에어연료와 3년에 걸쳐 1500만 갤런의 바이오연료를 조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500만 갤런이 올여름 운항되는 유나이티드의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노선에 처음으로 사용된다. 유나이티드는 운항 첫 2주 동안 매일 4~5회만 일반 제트연료 70%, 바이오연료 30% 비율로 섞은 연료로 운항하고, 그 이후로는 이 구간에 운행되는 모든 항공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터-라이스 상무는 “이번 알트에어와의 프로젝트는 항공업계 전체를 위해 대체에너지 사용을 본격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선택권이 별로 없다. 하멜은 “자동차 같은 기계와는 달리 항공기는 전기 등 다른 선택권이 없어 지속 생산 가능한 연료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심에도 바이오연료의 대량생산은 쉽지 않다. 생산 비용과 안정적인 원료 조달에 대한 문제 때문이다. 유나이티드는 2009년 해조류를 원료로 한 바이오연료를 도입해 시험비행했지만 상업 운항에는 실패했다.

안정적 원료 조달이 최대 과제
포스터-라이스 상무는 “바이오연료 생산비용의 효율을 높이고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게 아직은 어렵다”고 말했다.

 원료의 안정적인 조달은 바이오연료 제조사에도 큰 숙제다. 펄크럼사의 제임스 마시아스 최고경영자(CEO)는 원료 조달을 위해 주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폐기물 처리업체들과 20년 단위의 장기계약을 맺었다. 그는 이 계약을 통하면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데 갤런당 1달러도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올 1분기에 제트연료를 갤런당 평균 2.11달러에 조달했다. 펄크럼과의 계약은 전통적 제트연료 가격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있다. 마시아스는 “펄크럼은 정말 좋은 가격에 대량으로 바이오연료를 생산한다”고 말했다.

 계약의 이면에는 항공사에 가해지는 탄소배출량 감축 압력이 있다. 현재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2% 정도만이 항공업계에서 나온다. 하지만 증가 속도는 심상찮다. 최근 오바마 정부의 탄소배출량 감축 압력과는 별개로 시중 항공사는 이미 업계 내에서 자발적 감축 목표를 세워 실행 중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업계는 2020년까지 연평균 배출 증가량을 2%대로 제한하고, 2050년까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배출량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이런 업계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는 시선도 있다. 포스터-라이스는 “그래서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투자가 중요하다”며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바이오연료를 조달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항공업계가 서로 독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번역=김지윤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kim.j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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