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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삐약 병아리 노래 소리 … 엄마 닭은 우는 줄 알았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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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윤석중 선생님과
함께 하는 동시 여행
윤석중 엮음, 김경아·
김희정·신경란 그림
아이북, 141쪽, 1만1000원

“삐약 삐약” 대는 소리가 병아리들에게는 노래 소리인데 어미 닭에게는 돌봄을 요청하는 울음 소리로 들리나 보다. 아이들은 저마다 알아서 잘 크는데 어른이 괜한 걱정과 불안으로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게 되는 일과 비슷하다. 아무 편견 없이 “삐약 삐약” 소리를 그저 아이들의 즐거운 노래 소리로 들을 수만 있다면…. 동시는 그 노래 소리를 듣게 해 주는 하나의 길잡이가 되는 건 아닐까.

 윤석중(1911∼2003)은 동시를 번역하고 번역 시집을 내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번역 작업을 한 동시인으로는 윤석중이 유일하다. 그는 어린이 독자들을 고려해 시행을 재배치하고 간결한 입말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시를 의역했다.

 ‘탱자나무꽃이 피었단다./희디흰 꽃이 피었단다.//탱자나무 가시는 아프단다./푸르디푸른 바늘 가시란다.//탱자나무는 밭 울타리에 서 있단다./아침저녁으로 지나다니는 길이란다.//탱자 열매도 가을이면 열린단다./둥글디 둥근 금덩어리란다.//탱자나무 곁에서 울었단다./모두모두 나를 달랬단다.//탱자나무꽃이 피었단다./희디흰 꽃이 피었단다.//’(기타하라 하쿠슈, ‘탱자나무꽃’ 전문)

 이 책에는 크리스티나 로제티, 사이조 야소 등 시인의 작품과 마더구스, 각 나라의 동요들과 아울러 시에 대한 윤석중의 해설이 함께 실려 있어 더욱 그 가치와 재미가 크다. ‘탱자나무꽃’에 대해 그는 여러 날 고심한 끝에 “모두모두 상냥스러웠단다”라는 원문을 “모두모두 나를 달랬단다”로 자연스럽게 옮겼다며 뿌듯해한다.

김유진 동시인·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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