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사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 상주경찰서는 사건 발생 사흘 만인 17일 마을 주민 A씨(83)를 용의자로 특정해 체포했다. 사건 당일 사이다를 마시지 않았던 할머니다.
경찰은 지난 16일 A씨의 집 마당 나무 밑에서 살충제 성분이 남아 있는 뚜껑 없는 자양강장제 병을 발견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고, 17일 “사건 당시 사이다에 들어 있던 살충제와 성분이 일치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살충제는 무색무취한 맹독성 농약으로 2012년 판매가 금지됐다. 경찰은 또 A씨 집에서 찾아낸 병과 사이다 병에 끼워져 있던 뚜껑이 일치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A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한 뒤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A씨를 의심해 왔다. 사이다를 마시고 쓰러진 할머니들을 옆에 두고도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 때도 “그냥 잠을 자는 줄 알았다”거나 “입에 흐른 분비물을 닦아줬다”는 등 진술이 계속 오락가락했다.
하지만 A씨는 “사이다 병에 살충제를 넣지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누군가 사건이 발생한 뒤 A씨의 집에 몰래 병을 갖다놓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살충제 사이다를 나눠 마신 할머니들의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다. 6명 중 1명이 사망했고 3명은 중태다. 이들은 지난 14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냉장고에 있던 사이다를 마시고 쓰러졌다. 전날 초복 마을잔치 때 마시고 남은 1.5L짜리 사이다였다. 사건 당시 사이다 뚜껑은 자양강장제 뚜껑으로 바뀐 상태였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