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가 된 가장 사연에 도움 손길 이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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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50대 가장이 사업 실패 후 강도가 된 사연이 보도되면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일보 7월 17일자 18면>

지난해 사업에 실패하고, 부인과 형이 각각 척수암, 백혈병을 앓으면서 생활고의 늪에 빠졌던 이모(52)씨는 지난 5일 오후 9시쯤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중년 여성을 상대로 강도 행각을 벌였다. 두 자녀를 둔 가장이 한 순간에 강도범으로 추락한 것이었다.

이씨의 사연이 17일 보도되자 사건을 담당한 서울 강남경찰서와 언론사로 이씨를 돕고 싶다는 연락이 이어졌다. 강남경찰서로 수십여통의 문의전화가 왔고 실제로 후원금을 보내온 사람도 있었다.

강남경찰서 최덕근 강력3팀장은 "다른 업무를 전혀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씨를 돕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앞서 경찰서로 보내 온 후원금은 15일 1차로 이씨 가족들에게 전달했고, 이후에는 가족들에게 직접 전달되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로 문의 전화를 하거나 e메일을 보낸 사람도 50여명에 달했다.

그 중 윤모씨는 “저도 수중에 돈이 없어서 걸어다녀봤고, 끼니를 굶은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넉넉한 형편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라며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냥 넘어가려니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이 없어 하루 아침에 끝모를 나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우리시대의 부끄러운 뒷골목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도 2500개 이상의 댓글을 통해 의견이 오갔다. “마음이 아프다”, “같은 가장으로서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간다”는 의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이유든 강도짓은 잘못한 일이다" "범죄는 범죄대로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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