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 엇박자 닮은꼴 … 되살아난 ‘엘롯기 악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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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엘롯기’. 프로야구 최고 흥행구단인 LG·롯데·KIA를 한데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여기에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세 팀이 번갈아 가며 꼴찌를 한 것에 대한 비아냥도 있다. 2009년 KIA의 우승 후 해체된 것 같았던 ‘엘롯기 동맹’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신생팀 kt를 최하위에 두고 7위 KIA-8위 롯데-9위 LG(15일 현재)가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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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야구의 마지노선인 5위(한화)와의 승차가 KIA 6.0경기, 롯데 6.5경기, LG 7.0경기다. 올스타 휴식기(17~20일)를 앞두고 엘롯기는 선발투수를 당겨 쓰거나 불펜으로 돌려 쓰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애를 쓸수록 결과는 더 나빠지고 있다. 세 팀은 이달 5할 이하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하위 kt가 트레이드 등으로 전력 보강에 성공하면서 월간 승률 1위(7승3패)를 달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야구 팬이 제작해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판매한 엘롯기(LG·롯데·KIA) 합성 유니폼.

 세 팀의 공통점은 투타 불균형이다. 선발투수가 잘 던지면 타선이 터지지 않고, 타자들이 잘 치면 불펜이 무너지는 경기가 많다. 롯데는 14일 청주 한화전에서 8회와 9회 연속 어처구니없는 주루사가 나오면서 3-4로 역전패했다. 같은 날 광주에서 맞붙은 LG와 KIA는 많은 찬스를 서로 놓치고 연장 11회 접전을 벌인 끝에 LG가 3-2로 이겼다.

 시즌 초 선발진이 흔들렸던 LG는 지난달 우규민과 류제국이 복귀해 마운드가 조금 안정됐다. 그러나 타격이 문제다. 최선참 이병규(41·등번호 9)는 0.222의 초라한 타율을 남기고 2군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후반기 맹타를 휘둘렀던 이병규(32·등번호 7)도 긴 슬럼프에 빠졌다. 이진영(35)도 최근에야 1군에 올라왔다. 외국인 타자 한나한은 부상 때문에 퇴출됐고, 대신 들어온 히메네스는 정확성이 떨어진다.

 KIA도 LG와 사정이 비슷하다. 에이스 양현종(27)은 평균자책점 1위(1.78)를 달리고 있고, 외국인 스틴슨(27)도 8승을 거뒀다. 최근 선발진에 합류한 임준혁(31)도 좋다. 최영필·김태영·김광수 등 베테랑이 이끄는 불펜도 괜찮다. 하지만 팀 타율 0.249인 공격력이 문제다. 두 번이나 2군에 다녀온 중심타자 나지완의 타율은 0.201이다.

 롯데는 또 다른 상황이다. 강민호(30)와 황재균(28)이 이미 시즌 개인 최다인 24개와 22개의 홈런을 쳤다. 외국인 타자 아두치(30)도 16홈런-16도루를 기록했다. 팀 타율 5위(0.273), 팀 홈런은 2위(113개)다. 린드블럼·레일리·송승준이 이끄는 선발진도 준수하지만 문제는 구원투수다. 마무리투수가 김승회에서 심수창, 또 이성민으로 두 번이나 바뀌었다. 뒷문이 불안한 탓에 다 잡은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잦았다.

 팬들이 ‘엘롯기’라는 용어를 쓴 건 2008년부터였다. 롯데가 2001년부터 4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고, 해태 시절 9회 우승을 차지한 KIA는 2005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꼴찌를 했고 2007년에도 최하위로 추락했다. LG도 2006년과 2008년 맨 아래로 추락했다.

 동맹은 곧 깨졌다. 조범현 감독이 이끌었던 KIA는 2009년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롯데는 2008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LG도 2013년과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러나 올 시즌 세 팀은 약속이나 한 듯 부진하다. 엘롯기는 세대교체를 하려 하지만 베테랑과 신진급 선수 모두 무기력하다. 2008년 이후 7년 만에 세 팀이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유희관 12승, 다승 1위=15일 서울 잠실경기에서 두산 유희관은 kt를 상대로 7이닝 5피안타·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시즌 12승(2패)을 달성한 유희관은 삼성 피가로(11승4패)를 제치고 다승 단독 선두에 나섰다. 두산은 오재원·김현수·로메로·박건우의 홈런 등 14안타를 몰아쳐 11-0으로 이겼다. 4연패 중이던 롯데는 청주 한화전에서 연장 10회 김주현의 결승 투런 아치에 힘입어 12-10으로 이겼다. 삼성은 포항에서 넥센을 7-4로 누르고 3연패에서 벗어나며 1위로 올라섰다. SK는 연장 11회 초 최정이 결승홈런을 쳐 NC를 7-6으로 꺾었다. KIA-LG의 광주경기는 비로 연기됐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프로야구 전적(15일)

▶두산 11-0 kt ▶삼성 7-4 넥센
▶SK 7-6 NC ▶롯데 12-10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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