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기만하던 외국인 ‘사자’로 돌아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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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반가운 손님이 돌아왔다. 외국인 투자자다. 15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229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2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한 것은 6월4일 이후 처음이다. 최근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외국인 순매수 자체가 드문 일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3890억원을 순매도해 5개월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이달 들어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14일까지 10거래일 중 외국인이 주식을 더 많이 내다 판 날이 7일이었다. 순매수를 기록한 3일 중에서도 7월2일(1162억원 순매수)을 제외한 이틀은 순매수액이 수십억원대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 증시의 급락세가 절정에 달했던 7월6일부터 9일까지는 외국인 순매도액이 1조1300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던 외국인이 15일 큰 폭의 순매수를 기록하자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귀환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증시 주변 상황은 나쁘지 않다. 그동안 한국을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금은 대부분 유럽계 자금이었다. 지난달 외국인 매도 우위의 결정적 원인은 영국계 자금을 비롯한 유럽계 투자자가 국내 시장에서 2조9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것이었다. 미국계 투자자는 지난달에도 3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그리스 사태가 해결되면서 유럽계 투자자의 대 신흥국 투자 심리가 호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로화를 싸게 빌려 고수익 시장에 투자하는 유로캐리트레이드의 수익률이 반등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미국계 자금이 ‘매입 후 장기 보유’ 전략을 취하는데 반해 유럽계 자금은 3~4개월 단위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그 기준이 유로캐리수익률이다. 원화에 대한 유로캐리수익률은 5, 6월에 마이너스권에 머물러 있다가 현재 플러스권으로 반등한 상태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로캐리수익률이 계속 반등할 경우 유럽계 자금의 순매수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귀환’ 판정을 내리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일단 외국인은 올해 국내 증시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대형주를 8조2000억원 어치 순매수했고, 중소형주를 1조7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올해 대형주 수익률은 1.76%에 불과한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 수익률은 각각 34.9%와 34.7%에 이른다. 외국인은 38%의 상승률을 기록한 코스닥시장에서도 4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내다 판 건 많이 올랐고, 많이 산 건 별로 오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무엇보다도 큰 변수는 중국 증시의 안정 여부다. 부국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매 움직임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움직임과 상당히 비슷했다. 상하이지수가 상승하면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수도 늘어나고, 반대의 경우 국내 증시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 역시 외국인이 중국의 급락에 놀라 중국 시장이나 중국 투자 펀드에 넣었던 돈을 빼면서 국내 증시 투자금을 함께 인출하는 바람에 발생한 측면이 있다는 의미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주식형 펀드에 빠른 속도로 글로벌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중국 증시의 안정기조 회복 여부를 속단하긴 이르다”며 “외국인은 중국 시장이 완전히 회복했다는 확신을 가진 뒤에야 국내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자금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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