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 사건 피해자, "하루에 즉석밥 한 개만 먹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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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석밥 한 개와 김칫국물이 하루에 먹는 전부였다."

이른바 '인분 사건'의 피해자 A(29)씨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털어놨다. 15일에 한 본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다. 그는 2년여 동안 한 때 스승이었던 교수와 다른 동료에 의해 폭행당하고, 강제로 인분을 먹기까지 했던 인물이다.

A씨는 "하루 24시간을 오피스텔 형태의 사무실에서 사실상 갇혀 지냈다"며 "밖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아침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15분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들이 돌아가며 직접 감시하거나 인터넷TV로 지켜보면서 하루 3~4시간만 재우고 일을 시켰다"고도 했다. 이어 "하루에 한번, 그것도 즉석밥 한개와 김칫국물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했다"며 "폭행당해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영양실조에 따른 빈혈이 심해 수술을 미룬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혈색소 수치는 4g/dL였다. 통상적으로 성인 남성의 경우 혈색소 수치가 13g/dL 이하일 경우 빈혈로 본다.

그는 "2주 전 여성 가해자의 아버지가 합의를 위해 찾아오기도 했다"며 "합의를 떠나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뒤돌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2012년 경기지역 K대 디자인 관련학과를 졸업했다. 직후 교수였던 B(52)씨가 자신이 회장인 디자인 관련 단체 사무국에 A씨를 취직시켰다. 그후 B교수와 그의 다른 제자들은 A씨가 일을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야구 배트 등으로 폭행하고, 심지어 인분까지 먹였다. A씨는 가혹행위 때문에 모두 세 차례 수술을 받았고, 11주 동안 입원했다. B교수와 함께 A씨를 폭행한 다른 제자 2명은 현재 경찰에 구속된 상태다.

박수철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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