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투자 대비 수입량 0.4%뿐 … 36조원 해외자원개발 성과 미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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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감사원(원장 황찬현)이 36조원 가까이 들어간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대해 “성과가 미비하고, 종국에는 공기업의 커다란 재무위기가 우려된다”는 결론을 14일 내렸다. 감사원은 올해 3~6월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3개 에너지 공기업과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을 집중 감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1984년부터 지금까지 169개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들어간 투자금(35조8000억원)은 막대했지만 사업 성과는 미미했다. 석유의 경우 확보한 지분만큼 도입할 경우 5억 배럴을 들여와야 했으나 실제는 224만 배럴(0.4%)에 불과했다. 한국으로 자원 반출이 불가능한 사업에 투자한 경우도 23개 사업, 7조8000억원에 달했다. 광물자원공사는 한국 자급률이 100%인 석회석을 생산하는 중국 광산이나 자원 처분권이 없는 호주 자원개발사업 등에 3043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투자비 회수 전망도 불투명했다. 감사원이 향후 투자계획이 있는 48개 사업 중 40개를 선정해 분석한 결과 2008~2014년 당시 예상(3조1531억원)보다 9조7070억원이 늘어난 12조8601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들 사업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투자금만 46조6000억원이었다. 정길영 감사원 제1사무장은 “각 공기업의 주력 사업들이 유동성 위기와 대규모 손실 위험 등을 겪고 있어 사업 추진의 근간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48개 사업, 46조6000억원의 추가투자 계획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커다란 재무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해외자원개발 실패 원인으로 자원 확보가 아닌 지분투자를 통한 공기업의 양적 확대로 사업 목적이 변질된 걸 꼽았다. 익명을 원한 감사원 관계자는 “몸집 불리기에 빠져 사업성 평가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해당 공기업들은 구조조정과 함께 수익을 낼 가능성이 없는 사업을 과감하게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감사원 측은 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 주무장관(지식경제부)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대해선 “지난 감사와 검찰 조사에서 이미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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