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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삶 어렵다”며 ‘대통합 특사’ 꺼낸 박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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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기환 정무수석 임명장 수여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앞서 현기환 신임 정무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수석에게 범위와 대상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광복절 특사(특별사면) 카드’를 뽑았다. 취임 후 딱 한 차례 생계형 범죄자 5925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지난해 설 명절 때 단행한 박 대통령이었기에 정치권 안팎에선 사면의 대상과 범위에 관심이 쏠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8·15 특사’ 단행을 공식화하면서도 폭이나 대상에 대해선 더 이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사면을 단행하려는 두 가지 이유를 언급했다. 하나는 ‘국가 발전’, 다른 하나는 ‘국민 대통합’이었다.

 지난해 생계형 범죄자에 대한 특별사면 단행 때는 제시하지 않았던 조건이다.

 그래서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 사면 규모가 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국민 삶이 어렵다”며 특별사면을 언급해 여권 내에선 ‘경제 살리기’를 위한 경제인 사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에 국제적 경제 침체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 인사들에 대한 특별사면은 국가 발전이나 국민 대통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인들이 대상에 포함될 경우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새누리당 인사는 “박 대통령이 지난 9일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기업인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해 정부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을 위한 ‘모든 수단’ 가운데 하나가 ‘8·15 특사’ 아니냐는 해석이다.

 하지만 여론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성완종 리스트 파문’ 당시 노무현 정부 말기에 단행한 특별사면이 논란이 되자 “경제인에 대한 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가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들이 많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남은 상황”이라며 “여론이 경제인 사면 쪽에 우호적이라면 경제인들도 포함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홍사덕 전 의원,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상 여권) 및 이광재 전 강원지사, 정봉주 전 의원(이상 야권) 등 정치권 인사들이 포함될지도 관심이나 가능성은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이날 특별사면 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법무부는 사면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특별사면은 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이들이 대상이다. 이들 중 사면심사위원회가 대상자를 추려 법무부 장관이 확정한 뒤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친다.

 사면심사위원회는 김현웅 법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김주현 차관, 안태근 검찰국장, 이금로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등 법무·검찰의 고위직 4명과 임기 2년의 외부 위원 5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경제인 등의 포함 여부에 대해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법무부는 업무 보좌 역할”이라며 “대통령의 사면 대상·규모 검토 지시가 있었던 만큼 그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사면과 관련해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그동안 사면권 남용이 없도록 생계형 사면 외에는 사면권 행사를 최대한 자제해 왔으나 지금은 국가에너지 결집을 위해 국민통합형, 국가발전형 사면이 필요한 때”라며 “통 큰 사면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대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전향적 논의를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서민생계형 범죄와 같이 국민통합 취지에 부합하는 사면이라면 야당과 국민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하지만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기업인 범죄는 반드시 제외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호·김백기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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