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OP30, 코스피 밀어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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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KTOP30, 코스닥150,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 다양한 주식 관련 지수와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체 상태인 기존 지수의 틀을 바꾸고 투자자의 수요를 높여 증시 활력을 키우려는 목적에서 선보이는 신종 상품이다. 이 중 KTOP30과 코스닥150지수가 13일 첫 선을 보였다.

 한국거래소가 KTOP30 지수에 거는 기대가 크다. 코스피 지수를 뒷방으로 밀어낼 심산이다. 세계 대표 지수인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이하 다우지수)의 한국판 답게 다우지수처럼 30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지수 산정 방식도 다우지수와 같은 주가평균식이다. 시가총액이 많은 회사가 아니라 주가가 높은 회사의 주가가 많이 오를수록 지수가 더 많이 올라간다.

 코스피 지수가 한국경제의 성장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탄생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는 1980년 대비 36배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19배 오르는데 그쳤다. KTOP30을 소급 적용했더니 지난 20년동안 코스피보다 3배 이상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대표지수가 대부분 30~50개의 소수 초우량종목으로 구성됐다는 점도 고려했다. 구성종목은 삼성전자(비중 13%), 네이버(13%), 아모레퍼시픽(8%), 삼성화재(6%), 롯데케미칼(5.3%), SK텔레콤(5.3%), LG화학(5%) 등이며 지수 위원회가 비정기적으로 종목을 교체한다.

 코스닥150지수는 코스피200을 본 따 만든 지수다. 1000개가 넘는 코스닥 상장 종목들 중 대표 우량 종목들을 추려내 한 바구니에 담았다. 전체 150개 중 정보기술(IT)·생명기술(BT)·문화기술(CT) 등 기술주 업종의 업체가 90개다. 기술주의 시가총액 비중도 전체의 68%에 달한다. 비기술주 업체들은 소재·산업재·자유소비재·필수소비재의 4개 섹터로 세분돼 섹터별로 시가총액이 큰 대표종목들로 선정됐다. 구성종목은 시가총액 순서대로 셀트리온·다음카카오·동서·메디톡스·CJ E&M·바이로메드·파라다이스·로엔·산성앨엔에스 등이다. KTOP30과 달리 코스닥150은 구성종목을 매년 2회 정기적으로 변경한다.

 20일에는 파생상품 거래 활성화를 위해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이 상장된다. 코스피200선물·옵션의 거래단위를 5분의 1로 줄인 상품이다. 한국 파생상품 시장은 2011년까지만 해도 세계 1,2위를 다투던 수준이었지만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기본 거래단위가 커지면서 급격히 위축돼 12위까지 추락했다. 현행 코스피200선물과 옵션은 거래단위가 각각 1억3000만원과 3000만원이라 투자자가 쉽게 거래하기 힘들다. 이를 각각 2600만원과 600만원 정도에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미니선물·옵션이다.

 이들이 성공하려면 수익률이 높아야 하고, 추종 상품도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KTOP30은 대형주 침체 국면에서 출범해 당분간 상승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7월8일까지 코스피는 5.3%, 코스피200은 0.4% 상승했지만 KTOP30은 소급 적용시 오히려 1.4%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데뷔일인 13일에도 KTOP30은 0.8% 상승한 6013.46으로 장을 마감해 코스피 상승률(1.49%)을 밑돌았다.

 코스닥150은 이날 2.49% 상승해 코스닥지수 상승률(2.56%)과 거의 비슷했다. 코스닥150은 실패한 선배들인 코스닥100·코스타·코스닥프리미어와의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는 게 과제다.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은 3000만~5000만원의 예탁금 부담이 여전히 존재하는데다가 투자하려면 80시간의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KTOP30 등의 성공을 위해서는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기관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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