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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중앙학생시조백일장] 고등부 대상 박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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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버지 누워있는 방 안이 어항같다
티비의 큰 볼륨은 귓가에 웅웅대고
우리의 맞대지 못한 등들이 미끄럽다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 없지만
문 밖의 내게는 들리지 않는 고함소리
아버지 우리 집에서 금붕어가 되곤 한다

수건으로 감싸도 터져나온 새빨간 울음
어머니 앞에서는 가면을 벗어놓자
아버지 왼손에 있는 생명선이 길었다

물속에선 바깥세상 둥글게 보이는 법
아버지 저녁마다 구역질이 올라와
자꾸만 입 뻐끔대며 담배를 피운다

박희진(18·광주 동아여고3·사진)양의 대상 수상작은 방의 공간적인 한계에 대한 상식을 비유로 넘어섰다는 평을 받았다. “ 방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가 아버지가 사는 모습이 금붕어와, 방은 어항과 같다고 상상해봤어요.”

 박양은 초등학생 시절 공부방에서 책 읽고 독후감을 쓰는 습관을 붙인 덕에 대학도 문예창작과를 지망한다. 하지만 시조는 생소했다. 신문 기사를 통해 우연히 접한 중앙학생시조백일장에 참가신청하면서 시조를 처음 써봤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조를 읽고 쓰면서 절제하고 함축 하는 시조의 매력에 조금씩 빠졌다.

 “올해 신춘문예 당선작인 ‘내 눈속의 붉은 마녀’라는 시조를 보면서 그 상상력에 감탄했어요. 시조는 축약되어 있어 곰곰이 더 생각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박양은 어휘력을 키우는 연습을 많이 했다. 주제를 정하면 관련 단어를 모두 사전에서 찾았다. 형식이 정해져 있는 시조 쓰기에서는 단어 선택이 더욱 중요했다. 시조를 쓴 지 얼마 안 됐음에도 큰 상을 받게 된 박양은 “이번 백일장을 통해 시조가 내 삶에 들어온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쓰게 될 것 같다”며 웃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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