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계좌 거래 차단 … 핀테크로 금융사기 방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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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직장인 김정희(37)씨는 평소 모바일뱅킹을 즐겨 이용한다. 은행을 가지 않고도 휴대전화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 금융사기가 늘면서 보안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지난달 KB국민은행에서 내놓은 스마트 일회용 패스워드(OTP)로 보안카드를 바꾼 후 걱정이 줄었다. 그는 “기존 토큰형 OTP와 달리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에 스마트OTP카드를 갖다대면 자동으로 본인 인증이 된다”며 “비밀 번호가 노출되지 않아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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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이 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다양한 보안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모바일뱅킹 이용 고객이 늘어나는 만큼 인터넷 금융사기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모바일킹 등록고객 수는 3월말 기준 6408만명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6.6% 증가했다. 피해액도 커졌다. 지난해 기준 전체 금융사기 피해액은 2963억원에 이른다. 이 중 인터넷 금융사기 피해 규모(861억원)가 1년 새 57%나 급증했다.

 최근 은행이 내놓은 보안 서비스는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에서 원터치(One-Touch) 방식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방화벽을 높였다는 게 특징이다. 우리은행은 4월 원격으로 은행 계좌를 잠갔다가 풀 수 있는 ‘원터치 리모콘’ 앱을 선보였다.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받으면 이용자의 우리은행 계좌를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다. 예컨대 인터넷뱅킹 앱에서 본인 계좌를 ‘오프(OFF) 상태’로 잠그면 정기적으로 쓰는 자동이체를 제외한 다른 계좌로 돈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금융거래에 필요한 보안카드, 일회용패스워드(OTP) 등 보안매체를 강화한 은행도 많다. NH농협은행은 근거리무선통신(NFC)기술을 활용한 ‘NFC안심보안카드’를 내놨다. 기존 보안카드에 전자칩을 내장했다. 모바일뱅킹으로 돈을 이체할 때 기존 방식대로 보안카드에 적힌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여기에 보안 장치가 하나 더 추가됐다. 보안카드를 휴대전화에 접촉해야만 본인 인증이 완료된다.

 KB국민은행이 지난달 초 내놓은 스마트 OTP는 계좌이체를 할 때 OTP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에 카드형 스마트 OTP를 접촉하면 번호가 표시되지 않고, 자동으로 입력되기 때문이다. 또 신용카드 크기 형태로 토큰형 OTP에 비해 보관이 편리하다. 발급 비용도 3000원으로 기존보다 2000원 가량 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스마트 OTP는 LCD화면, 배터리 등이 필요한 기존 토큰형 OTP보다 발급 비용이 줄었다”며 “현재 시범서비스로 3만개에 한해 고객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OTP는 10월부터 은행, 증권사 등 전체 금융사에 도입될 예정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금융결제원 OTP통합인증센터에 등록한 은행 19곳과 증권사 32곳,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이 스마트 OTP를 사용한다. 스마트 OTP는 기존 공인인증서나 토큰형 OTP처럼 한 은행에서 발급 받으면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강우진 금융결제원 OTP기획팀 본부장은 “스마트 OTP가 토큰형 OTP보다 보안과 편리성 모두 뛰어나다”며 “인터넷뱅킹이 늘어가는 요즘 금융사기를 피하기 위해선 보안카드에서 스마트 OTP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 OTP는 현재까지 NFC기능이 지원되는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도 NFC를 지원하지만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애플페이에서만 가능하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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