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금연 효과 없는 담뱃값 인상, 어쩔 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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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말 서민 증세라는 비난 속에서도 담뱃세 인상이 힘을 받은 것은 가격을 통한 금연정책으로 금연 효과를 높여 국민 건강을 증진한다는 논리 때문이었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2000원을 인상하면 2016년까지 국민 건강영양조사 기준으로 성인 남성 흡연율이 35%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담뱃값을 올린 지 반년 만에 점검해 보니 가격 인상에 따른 금연효과는 거의 없었다.

 지난달 6대 편의점 담배 판매량은 전년 대비 92% 수준을 회복했다. 1~5월 담배 수입량은 15% 늘었다. 내수판매량 회복세와 수입량을 합하면 금연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담배 판매에 따른 세금은 5월까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800억원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가 지난해 담뱃값 인상 당시 세수증가분으로 예측했던 연 2조8547억원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가 금연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했다면 다양한 금연정책도 적극적으로 시행해 금연율 높이기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금연을 위한 노력은 미미하다. 그동안 보여준 금연정책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 의무 삽입과 금연치료제 약가지원정책 정도다. 그런데 이 역시 강력하진 않다. 흡연 경고그림 의무 삽입은 내년 12월부터나 시행되는 데다 ‘지나친 혐오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붙어 결국 하나 마나 한 대책이 될 거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또 병원 금연상담과 치료제와 보조제에 대한 일부 지원책이 있고, 최근엔 12주 금연 프로그램 성실 이수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고 했으나 아직은 확정된 것도 없는 상태다. 과거보다 강화된 흡연 예방교육, 건강검진, 청소년 금연정책과 같은 비가격적 정책은 전무하고 흡연자를 위한 흡연 공간 마련 등 복지 프로그램도 없다. 금연정책도 없고, 흡연자 복지도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담뱃세 인상이 결국 ‘서민증세용 꼼수’였다는 걸 증명하는 것일 뿐이다. 당초 약속했던 대로 대대적 금연 효과가 눈에 보이도록 정책의 고삐를 조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