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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클립] 화면으로만 보기엔 아까운 영화 속 그곳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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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으로만 보기에는 아까운 영화 속 풍경들이 있다. 영화 촬영지로 떠나는 여행은 영화 매니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여행 방법이기도 하다.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하려면 영화 재관람은 필수. 촬영 장소에 들어서는 순간, 영화의 낭만이 되살아난다.

‘은교’가 달리는 숲 - 태릉 소나무숲

노인 적요(박해일)의 상상신은 영화 ‘은교’의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청년으로 돌아간 적요는 눈부신 햇빛을 맞으며, 푸른 숲길을 내달린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를 두고 소녀 은교(김고은)도 달린다. 보일 듯 말 듯, 잡힐 듯 말 듯. 이 맑고도 관능적인 장면의 촬영지가 바로 서울 불암산 기슭 태릉 소나무숲이다.

태릉 주변은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수백 년 된 노송(老松)이 수두룩하다. 영화에서는 봄날이지만 여름의 풍경도 아름답다. 소나무가 울창해 그늘 아래서 산책하기에도 좋다. 영화가 촬영된 장소는 태릉 서쪽 화장실 뒤편이다. 하나 이 부근은 산책로가 아닌 관람제한구역이다. 감상은 할 수 있지만 영화처럼 뛰놀 수 없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연애의 온도’ 속 놀이동산 - 경주월드

영화에서 연인의 즐거운 한때를 보여줄 때 주로 등장하는 무대가 놀이공원이다. 한데 ‘연애의 온도’의 놀이공원은 예외다. 영(김민희)과 동희(이민기)는 비가 쏟아지는 날 놀이공원 데이트에 나섰다가 크게 다투고 만다. 롤러코스터에 매달려 즐거워하는 커플이 아니라, 놀이공원에서 이별하는 연인이어서 되레 인상을 남겼다.

영화 속 놀이공원의 배경은 경북 경주의 경주월드다. 경주월드는 경상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테마파크다. 85년 ‘도투락월드’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비룡열차, 킹 바이킹 등의 놀이기구 외에 동물농장, 눈썰매장도 갖췄다. 여름에는 경주월드 리조트의 워터파크 캘리포니아 비치가 큰 인기다.

경주월드는 영화 막바지에 또 나온다. 영과 동희의 화해를 보여주는 대목에서 놀이공원 장면이 다시 등장한다. 이때 두사람이 타는 놀이기구가 파에톤이다. 파에톤은 레일 아래에 매달린채 주행하는 롤로코스터로도 유명하다.

‘연애의 온도’의 놀이공원 장면에는 경기도 파주 하니랜드도 잠깐 등장한다. 영과 동희가 꼬마열차를 타는 장면과 몇몇 말다툼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늑대소년’의 놀이터 - 제주도 물영아리오름

늑대소년(송중기)가 동네 아이들과 천진하게 뛰놀던 벌판과 언덕 모두가 제주도에 있다. 늑대소년과 소녀 순이(박보영)이 눈사람을 만들기로 약속한 곳은 성읍승마장이고, 아이들의 축구 장면은 용눈이오름이다. 늑대소년이 친구들과 야구를 하는 장면은 남원읍 수망리의 물영아리오름에서 촬영됐다.

물영아리오름은 천혜의 환경을 자랑한다. 정상부 분화구 내 습지에 멸종위기 2급인 물장군과 맹꽁이ㆍ물여귀 등 희귀한 습지생물이 산다. 2006년 그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국내 다섯 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영화에서 야구를 하던 풀밭 둘레길을 지나 나무계단을 오르면 정상의 습지가 나온다. 봄부터 가을까지 물영아리오름 일대에서 황소들이 풀을 뜯는 장관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은신처 - 밀양 월연정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반란을 피해 광해군(이병헌)이 옥체를 숨겼던 은신처 ‘길상사’. 이 장면은 경남 밀양의 월연정(월연대 일원)에서 촬영됐다. 울창한 오죽(烏竹)과 고풍스런 한옥이 어우러진 장소다. 월연정은 조선 중기 문관 월연 이태(1483~1536) 선생이 지은 별장이라 전해진다. 기묘사화 직후인 1520년 낙향해 월연정을 지었다.

‘달을 품은 맑은 못’이란 뜻처럼, 월연정은 밀양강과 동천의 합류점이 훤히 내다보이는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본채와 정자가 마주 보는 구조인데, ‘광해’를 촬영한 장소는 본채의 ‘쌍경당’과 ‘제헌’이다. 두 장소는 임진왜란 때 탔다가, 후에 중건된 굴곡진 역사도 갖고 있다.

담 너머로는 정자 ‘월연대’가 있다. 해마다 백중(음력 7월 15일) 다음 날이면 달이 수면에 비쳐 은빛 달 기둥의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월연대는 평소 잠겨 있지만 여주 이씨 문중에 요청하면 들어가볼 수 있다.

‘고령화가족’의 바닷가 - 을왕리해수욕장

‘고령화가족’에서 밥 먹듯 싸우기만 하는 인모(박해일)네 가족이 모처럼 단란한 한때를 보내던 바닷가가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이다.

수도권 사람들에게 을왕리는 꽤 친숙한 무대다. 1986년 국민휴양관광지로 지정되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고, 데이트를 하고, 대학교 MT를 치렀다. 을왕리에는 숙박업소ㆍ편의시설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지금은 다소 낙후한 인상이지만 쭉 뻗은 백사장과 아담한 해송 숲,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조개구이집 등 하루쯤 놀다가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

‘고령화가족’의 을왕리 해수욕장 장면 대부분은 인근의 마시안 해수욕장에서 촬영됐다.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서쪽으로 4.5㎞쯤 떨어져 있는데, 을왕리에 비하면 인적이 드문 편이다. 인모네 가족이 패싸움에 휘말리는 장면은 잠진교 다리 입구에 있는 ‘소나무(선영이네)’에서 촬영됐다.

정리=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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