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거물급 무기중개상 정의승(76)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주요 범죄 혐의 소명 정도와 그에 대한 법률적·사실적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 단 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정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독일의 잠수함 건조업체 하데베(HDW)와 독일 엔진제조업체 엠테우(MTU)의 국내 중개를 담당하면서 받은 수수료 1000억원을 홍콩 등 해외 계좌로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군의 차기 잠수함(1800t급·KSS-Ⅱ)은 HDW사의 부품과 설계기술에 MTU사의 엔진이 탑재된다. 2019년까지 9척을 도입하는 이 사업에는 3조7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하지만 연료전지와 통신장비에 결함이 있는데도 성능평가를 통과해 논란이 됐다.
합수단은 정씨를 구속한 후 해군 장성 등을 상대로한 금품 로비 의혹을 본격 수사할 방침이었으나 정씨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향후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정씨는 해군 장교로 복부한뒤 1970년대 중반 전역해 무기중개업체 '시스텍코리아'와 '유비엠텍' 등을 설립하는 등 '1세대 무기거래상'으로 꼽혔다. 그는 1993년 한국군 전투력 증강을 위한 율곡사업 당시 해군 수뇌부에 3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 기소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기도 했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