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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주는 게 내가 하는 일 평창올림픽 행사에도 관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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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호 13면

“이탈리아가 없는 유럽을 상상해보라-.” 이 발칙한 아이디는 이탈리아관을 기획한 마르코 발리치(Marco Balich)의 머리에서 나왔다. 베네치아 출신인 발리치는 올림픽 같은 초대형 이벤트를 기획하는 몇 안 되는 전문 기획자다. 2016년 리오 데 자네이로 하계 올림픽의 개·폐막식 준비를 맡아 브라질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이탈리아관 기획자 마리코 발리치

어떻게 초대형 이벤트 감독 일을 시작하게 됐나.
“법조 가문이라는 전통을 무시하고 스무 살 때부터 콘서트 등 이벤트를 기획해왔다. 작은 콘서트로 시작해 점점 규모가 더 큰 콘서트와 이벤트를 맡게 됐고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행사인 올림픽 개·폐막식까지 감독하게 되었다.”

이벤트 분야에서는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는데.
“올림픽 같은 큰 행사 기획은 현재 호주에 한 명, 영국에 한 명, 미국에 한 명, 그리고 나까지 네 명이 전문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감동을 주는 일인데 아름답거나 멋지다고 해서 감동이 우러나지는 않는다. 나를 최고로 꼽는다면 아마 내가 감동을 주는 방식이 사람들에게 잘 전달됐기 때문 아닐까. 사람들이 내 이벤트를 보고 감동받는 걸 보는 게 내겐 감동이다.”

올림픽 개·폐막식 같은 이벤트는 어떻게 준비하나.
“수억 명이 시청하는 행사를 기획한다는 것은 매우 종합적이고 복잡한 일이다. 수만 명에 이르는 행사 자원봉사자들에게 제공되는 옷, 음식, 이동수단까지 생각해야 한다. 콘서트나 이벤트 기획과는 차원이 다르다. 뮤지컬과 같은 종합예술이지만 규모가 더 크고 게다가 한 번 밖에 공연되지 않는다.”

이번 밀라노 엑스포의 이탈리아관과
엑스포의 상징인 ‘생명의 나무’를 기획했다.

이번 일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탈리아관 기획의뢰가 들어왔을 때는 매우 영광이었지만 ‘나에게 이 일을 맡기는 것에 확신이 있는지’ 역으로 물었다. 왜냐하면 난 전시 큐레이터가 아니라 이벤트 기획자이기 때문이다. 엑스포 측은 바로 그 때문에 내게 연락을 했다고 하더라. 박물관 같지 않은, 아이디어가 풍부한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탈리아가 오랜 역사와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가졌지만 박물관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과거에서 영양분을 받아 미래를 바라보도록, 젊은이들의 발랄한 언어로 매우 시각적인 전시를 기획했다. 선조들이 남긴 수많은 문화재산이 있지만 과거의 아름다움만 지키고 산다면 미래는 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다.”

‘생명의 나무’는 엑스포의 아이콘이 됐다.
“이탈리아관 옆에 연못이 하나 있어 그곳에 뭔가를 세우고 싶다고 했다. 처음엔 예산 관계로 힘들 것 같다고 하더니, 미켈란젤로가 1537년 설계한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 바닥의 기하학적 무늬를 3D로 쭉 끌어올려 디자인한 생명의 나무 컨셉트를 보여주자 받아들여졌다.”

한국관은 방문했는지 궁금하다.
“한국관은 정말 멋지다(Bellissimo라는 최상급으로 표현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엑스포의 주제를 잘 파악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미적으로 정확하고 종합적으로 표현했다. 여론의 평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도 매우 좋았다.”

리오 데 자네이로 올림픽 준비는 어떤가.
“행사를 준비하는 브라질 사람들(오페라, 극장 연출자들)에게 더 큰 시야로 바라보고 준비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올림픽 같은 행사에서 규모는 중요하다. 멕시코 200주년 행사를 준비할 때 준비위원회는 8m짜리 상징물을 세우자고 했는데 난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고 설득해 결국 23m짜리 상징물을 제작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다음 동계올림픽은 한국에서 열린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올림픽 같은 큰 행사는 그 나라의 기획사들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최국 에이전시와 함께 하는 것은 기본 사항이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난 원맨쇼는 좋아하지 않는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기획사를 정한 후 혹시라도 우리에게 연락해온다면 영광으로 여겨 한국의 상징을 찾아 토리노 동계 올림픽보다 더 멋진 개·폐막식을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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