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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저승사자 쫓아오고 벽에선 손이 불쑥…원없이 비명 지르며 뛰어다녔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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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성(왼쪽)·유채현 학생기자 사이에 저승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무서운 귀신들로 가득한 곳이 있습니다. 특수한 장치와 효과로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장소인 ‘귀신의 집’이죠. 물론 진짜 귀신은 아니지만 실감나는 분장 덕분에 으스스한 기분을 느끼기엔 최고입니다. 귀신들이 언제 튀어나올지 몰라 긴장하다 보면 무더위는 저절로 잊게 되죠. 어른들도 무서워하는 귀신의 집을 체험하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나섰습니다.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 소름 끼치게 창백한 피부를 가진 검은 도포 차림의 저승사자를 직접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극한의 공포를 경험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습니다. 지난 1일 소중 학생기자단은 우리나라 전통 귀신들을 주제로 한 공포체험관을 찾았습니다. 서울 혜화동 대학로 한복판에 자리한 ‘귀신의 집’이죠. 평소 겁이 없어 귀신 정도는 거뜬히 구경할 수 있다고 자신한 학생기자들은 당당한 발걸음으로 귀신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역시나 입구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TV 사극에서나 보던 허름한 초가집 대문 너머로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죠.

뱀과 벌레들이 가득한 관에도 미션이 숨어있다.

용기를 내서 대문을 들어가자마자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암흑이 펼쳐졌습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을 따라가니 사방에서 음산한 웃음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한쪽 벽에 걸린 모니터에 저승사자의 얼굴이 나타나더니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을 알려주네요.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은 너희들, 잘 들어라. 한을 품고 죽은 꽃분이의 원한을 풀어줘야 한다.”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벌써 겁에 질린 학생기자들은 일단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곳은 각 장소마다 주어진 미션을 해결해야 집을 나갈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저승사자의 설명이 끝나자 옆에 있던 허름한 문에서 붉은 빛이 퍼져 나옵니다. 무섭지만 들어가는 수밖에요.

손이 튀어나오는 벽을 지나가야 다음 미션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문을 열자 다시 좁은 길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언제 어디서 귀신이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길 끝에는 척 보기에도 수상한 우물이 있었어요. 첫 번째 미션입니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 빈 항아리에 가득 채우라’는 설명이 벽에 붙어 있었습니다. 두 학생기자는 용기를 내 항아리에 물을 채웠습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네요.

부엌에 놓인 음식(?) 재료들.

안심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검은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가 무서운 속도로 기자들 옆을 스쳐 지나갑니다. 모두 비명 소리와 함께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당장이라도 뒤로 돌아 도망치고 싶었지만 왔던 길 너머로 하얀 소복을 입은 누군가가 보입니다. 어쩔 수 없이 부들부들 떨며 앞을 향해 전진했지요.

하얀 연기가 바닥에 깔린 복도를 지나자 수상한 부적으로 가득한 무당집이 나왔습니다. 두 번째 미션인 ‘향 피우기’를 마치고 뒤로 돌아나가자 교과서에서 봤던 옛 부엌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도마와 칼, 아궁이와 장작 등이 있는데 역시 뭔가 수상합니다.

“아궁이 속을 봐! 사람이 들어 있는 것 같은데?”

이름 없는 무덤가에 놓인 낡은 비석이 으스스함을 더한다.

공포에 질린 학생기자들은 이제 체험이고 뭐고 어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에 서로를 의지한 채 빨리 걷기 시작했습니다. 무덤가에서 정신없이 미션 수행 후 옆길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걸어가던 도중 갑자기 벽에서 손이 튀어나와 놀라고, 저승사자가 바라보는 듯한 시선에 다시 놀란 학생기자들은 간신히 최종 목적지인 성황당에 도착했습니다. 성황당은 예부터 마을을 지키는 혼령을 모신 장소입니다.

무덤가에서 찾은 꽃분이의 편지를 성황당 소원걸이에 걸어놓는 미션을 수행해야 그녀의 원한이 풀릴 것만 같습니다. 자신의 바람을 적어 함께 걸면 그 소원도 이뤄진다는 설명에 펜을 들어 몇 자 적어봅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귀신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 긴장을 늦출 순 없었죠. 학생기자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소원걸이에 편지를 걸어 놓았습니다. 이때 불쑥 저승사자가 튀어나왔습니다. 학생기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탈출했죠. 15분 남짓한 짧고도 긴 체험이었습니다. 우물가와 부엌, 무덤가를 지나며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귀신들과 오싹한 공포를 독자 여러분도 직접 경험해 보세요.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사람이 공포영화에 더 약해

‘등골이 서늘해지는’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무더위를 한 방에 날리는’. 이와 같은 수식어들은 특히 여름에 개봉하는 영화를 소개할 때 자주 쓰입니다. 매년 여름마다 공포영화가 유행하는데요, 과연 공포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더위를 날려준다고 하는 걸까요? 임상심리사이자 심리 칼럼니스트인 누다심(사진)씨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심리적 측면에서 공포물이 더위를 잊게 만드는 원리가 무엇인가요. “공포영화에 나오는 자극적인 소재는 사람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주위에 흥미로운 자극이 없을 때는 덥거나 짜증난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오래 하게 되죠. 공포물은 한번에 주의를 돌릴 수 있는 강력한 소재이기에 순간적으로 더위나 짜증났던 걸 잊을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덥고 불편하다’는 느낌에 덜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잠시 더위에 관한 생각을 멈춘다’고 보면 됩니다.”

공포를 느끼면 사람의 신체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공포는 생존에 필수적인 감정입니다. 위협을 느꼈을 때 빨리 피하라는 신호를 주기 위해 진화된 감정이죠. 위협이나 두려움을 느끼면 신체를 흥분시키는 교감신경이 활발하게 활동을 합니다.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동공은 커지고 심장은 빠르게 뛰죠. 또 도망칠 때 필요한 산소를 얻기 위해 기관지도 확장되고 땀도 납니다. 공포 상황이 지나간 후에는 흘린 땀이 식고 체온이 내려가면서 서늘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공포물을 보면 몸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기 때문에 실제로 더위를 잊는 효과가 있죠.”

같은 공포영화를 봐도 더 심하게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공포라는 정서는 불안과 연관돼 있어요. 중립적인 자극을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불안감을 크게 느끼는 사람은 작은 일에도 겁을 먹죠. 또 모든 걸 완벽하게 통제하거나 예측하려는 성향의 사람들도 공포 정서에 취약합니다. 보통 공포물은 예상치 못하는 곳에서 귀신이 나오거나 시야가 확보 되지 않은 틈새에서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것이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죠.”

공포영화 외에도 심리를 이용해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에는 자신의 감정을 평소보다 예민하게 파악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지금 자신이 기분이 나쁜 이유가 상대방 때문인지 아니면 습한 환경 때문인지 잘 파악한다면 쓸데없는 갈등이나 짜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글=임태령 인턴기자 rokany@joongang.co.kr

컬처마인 ‘귀신의 집’ 체험

장소 서울 혜화동 상명아트홀 갤러리

입장료 2만원 문의 1566-5588

서울랜드 ‘귀신동굴’

갈 만한 공포체험

서울랜드 ‘귀신동굴’ 으스스한 귀신동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하로 이어지는 귀신의 집 모양의 특수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음산한 웃음소리를 이겨내고 동굴에 도착하면 저승사자가 손님을 반긴다. ‘전설의 호수’ ‘유혹의 계곡’ 등의 코스를 지나며 다양한 모습의 귀신들을 만날 수 있다. 장소 경기도 과천시 서울랜드 이용료 입장권 1만5000원, 자유이용권 2만9000원(어린이 기준) 문의 02-590-6000

한국민속촌 ‘귀신전’

한국민속촌 ‘귀신전’ ‘전설의 고향’ ‘귀신전’은 우리나라 설화 속 귀신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동자귀신·우물귀신·측간귀신 등 15종의 토종귀신이 각자의 사연을 안고 관람객을 맞는다. ‘전설의 고향’은 공포열차를 타고 서낭당·일주문 등의 장소를 지나며 으스스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장소 경기도 용인시 한국민속촌 이용료 입장권 청소년 1만2000원, 어린이 1만원, 귀신전(청소년 2500원, 어린이 2000원), 전설의 고향(청소년 3000원, 어린이 2500원) 문의 031-288-0000

롯데월드 ‘툼 오브 호러’에서 볼 수 있는 유령들.

롯데월드 ‘툼 오브 호러’ 미로처럼 복잡한 길 곳곳에 숨어있는 귀신들이 극한의 공포를 선사한다. 악마의 그림자에 이끌린 유령들이 득실거리는 무덤을 탈출하는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지옥의 다리’ ‘영혼의 절규’라는 이름이 붙여진 8개의 관문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장소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 이용료 입장권 2만7000원, 자유이용권 3만8000원(어린이 기준), 3000원 이용료 별도 문의 1661-2000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동행취재=오혜성(서울 신기초 5)·유채현(인천 만석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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