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 이달말 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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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는지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어왔던 한스 블릭스(74.사진)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이 5일 "이제 고향(스웨덴)의 집으로 돌아가 버섯을 따고 블루베리나 심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달 30일로 임기를 마치는 그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마지막 보고를 한 후 기자들에게 그간의 소회를 토로한 말이다.

2000년 1월 유엔 사찰단장으로 임명된 블릭스 위원장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사찰을 놓고 미국과 엇박자를 내왔다.

미국은 사찰단의 '무능'으로 이라크에 숨겨진 무기를 찾지 못한다고 한 반면 블릭스는 "대량살상무기 증거는 없다"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했다.

이라크전을 코앞에 둔 지난 3월에는 "미국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증거라고 제시했던 정보들은 조작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제적인 전쟁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블릭스 위원장은 5일 안보리에서도 "지난 유엔 사찰에서 이라크가 생물.화학무기 생산을 재개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또다시 미국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라크전 후 미국의 압도적인 힘을 실감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무덤덤하기만 하다.

블릭스는 이라크전이 끝났으니 다시 이라크에서 유엔 사찰을 재개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대에 눌린 안보리 이사국들은 꿀먹은 벙어리들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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