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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올해가 큰 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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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해는 그야말로「정치의 해」가 될 것 같군요. 12대 총선거가 2월1일에 있지요. 선거가 끝나면 곧이어 정부·여당의 개편이 있을테고, 야권은 야권대로 체제개편·야당통합론 등 거창한 과제가 즐비합니다.
-문제가 많은 만큼 격동의 한해가 될지도 모르죠. 정부로서도 전두환 대통령 집권 후반기의 청사진을 제시해야하고「평화적 정권교체」준비나 나름대로의 설왕설래도 나오지 않을까요.
-남북한관계에 있어서도 금년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겁니다. 1월부터 시작될 남북경제회담·적십자회담 등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으나 만남 그 자체가 우리의 외교전략과 한반도정세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선거얘기부터 들어갑시다. 4년 전의 선거가 주도세력에 의해 임의대로 다당제란 새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선거는 민정·민한·국민당과 신당이 맞부딪치는 본격적인 대결상이 되겠지요.
-민정당에는 12대 선거가 11대보다 훨씬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구정치인을 묶어놓고 안정희구심리를 바탕으로 압승한 지난 선거와 이번 선거는 양상이 많이 다르겠지요.
-물론이죠. 민정당 스스로도 그 점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한동사무총장은 금년 정국을 2개의 험난한 산봉우리를 넘는 작업으로 비유하더군요. 하나는 눈앞에 닥친 총선거이고, 다른 하나는 88년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한「가시적」정비작업이라는 거죠.
-그러나 가급적 92개 전지역구 1등 당선에 득표율 35.6%(11대 선거)이상이란 목표는 변함없습니다. 상임위원장을 내고도 과반선을 차지할 수 있는 안정다수(9분의5)를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합니다.

<선거, 4년 전과 달라>
-과연 민정당 마음대로 될까요. 신당바람이 불고·도시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야당권 후보들이 당선하는 지역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런 사태를 생각해서 민정당이『2등 당선은 낙선으로 간주한다.』며 후보자들을 독려하고, 서울·부산·광주등 대도시를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한 것 아니겠어요.
-서대문에서 공화당의원을 지낸 오유방씨가 최근 국정교과서주식회사 이사장으로 갔던데 여당 나름의 대도시전략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야당은 민정당이 득표율을 30%로 내리더라도 전원당선을 목표로 한다면 무리수를 써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죠. 야당쪽 얘기를 들어보면 조직의 힘이란 민정당이 기대하듯 전능이 아니라는 겁니다.
-민정당은 지난4 년간 정치보다 조직에 더 치중하지 않았읍니까.
-민정당식 조직 우선론이 선거에서 얼마만한 성과를 거들지 정말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합니다. 일부에서는 조직이 민의를 압도하는 현상을 경계하기도 하죠. 조직이면 다 된다는 전통이 서면 여론과 빗나가는 선거결과를 가져온다는 논리적인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읍니다.
-민정당의 득표율은 줄지 몰라도 의석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신당은 역시 여당 표를 깨는 효과보다는 야표를 가르는 효과가 더 크지 않겠어요.
-실제 지역구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여당후보를 떨어뜨리고 야당만 둘이 당선될 가능성이나마·있는 곳이 대도시의 몇 군데를 빼고는 별로 없어요.
-문제는 민정당이 얼마만큼 합리적으로 목표에 접근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공명을 해칠 정도의 힘을 쏟으면 후유증을 남길테고….
-중앙의 공명의지도 지방단위에 가면 굴절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정부와 민정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달성해야할 목표 중에는 의석이나 득표율 말고도 정계구도를 의중대로 형성해야 한다는 것도 들어 있지요. 민정당은 선거를 통해 민정·민한·국민당의 현 정계질서를 확인 받고 구시대의 구정치인은 국민의 심판으로 도태시켜「새시 대」를 인정받는다는 생각 아닙니까.
-그러나 그것은 단일신당출현으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흥미있는 대목은 민한당과 신당의 경쟁상입니다.

<구도 빗나갈까 우려>
-민한당 의원이 대거 탈당하고 신분바람이 부는 기미가 있읍니다만 정부·여당은 여전히 민정·민한·국민·신당 순의 정계질서를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신당이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 자기들 내부에서 이합집산과 반목으로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라는 일부 기대는 어긋나고 말았읍니다. 선거가 불과 두달 앞이라는「새끼줄」이 그들을 묶은 셈이죠.
-신당바람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견제도 모색됐지만 신당의 크기는 이미 예상한 것보다 앞질러갔고 민한당을 상당히 위협하는 지경이 되었읍니다.

<바쁜 일정이 야 묶어>
-상대적으로 민한당은 비바람 앞에 나은 온실 속의 꽃과 같은 취약점을 보였죠. 탈당사태 수습을 싸고 지도부가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적전내분의 기미까지 보이지 않았읍니까.
-정부·여당도 낭패감은 비슷했던 것 같아요. 해금전의 구도가 너무 엉뚱하게 빗나가려고 했거든요.
-여당측은 민주를 모태로 한 신당의 논리가「민한당 부정→제도권정치의 부정→제5공화국 부정」이란 도식을 그리고 있는게 아닌가 주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경우 정부·여당의 대처가 강경해질 수밖에 없겠죠.
-정부·여당은 사실신당의 일거수 일투족을 경계의 눈초리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신당이 민한당 이탈세력을 흡인하는 것이 정치질서를 흐트러뜨린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공천에서 떨어진 경우 말고는 민한당 의원이 신당으로 가기는 곤란할 것 같아요.
-사실 신당의 전력을 분석해보면 국회의원에 당선 가능한 재목은 민한당보다 현재로선 떨어집니다.
-그러나 지역구에서 가령 20명이 넘으면 전국구를 합쳐 30석 정도가 됩니다. 신당이 신장하면 결국 민한당 의석은 줄어 들 수밖에 없겠죠.
또 지난 선거에서 18명이나 당선자를 냈던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은 거의 설자리를 잃게 될 공산이 큽니다.
-신당으로 인한 타격이 민한당에 제일 크겠지만 제1야당의 지위는 유지하지 않겠어요.
-신당의 인적자원에 한계가 있으니까 제1야당의 자리는 지키겠지만 민한당 하부구조의 동요가 예상외로 클지도 모릅니다. 자생력을 키우지 않으면 의외로 곤욕을 겪을지도 모르죠.
-탈당사태가 민한당과 신당간에 너무 빨리 적대관계를 조성했고, 정부·여당을 또 너무 긴장시킨 것 같아요.
-양쪽 모두 야권통합을 언젠가 닥쳐올 일로 각오하고 있지 않습니까.
-선거전에서 야권의 두 당이 페어 플레이를 하면 나중의 통합과정이 훨씬 스무드할 것이고 두 야당이 서로 과거의 행적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면 통합의 부담이 늘어날 겁니다.
-국민당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요. 신당바람이 불고 민한당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얼핏 국민당은 추풍낙엽이 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는데….
-국민당은 오히려 그런 사태가 골수야당표를 분산시켜 주로 개인기반에 의존하는 국민당 후보에는 불리할게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당의 이미지와 관계없이 현재의 의석을 유지할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국민당 후보가 대부분 2, 3위의 가장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있다고 봐야죠.
-선거가 끝난 후 정부의 국정기조와 정계판도를 얘기해 봅시다.
-우선 정부쪽에는 개각이 있을 테고, 민정당은 국회구성과 당직개편을 단행하겠지요. 또 야당은 곧 바로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경쟁을 벌여야 할 형편입니다. 그야말로 도처에 개편바람이 불게 될 겁니다.
-진의종 총리의 와병으로 대행체제를 유지해온 국무총리가 바뀔 것은 기정사실이지요. 정부가 총리경질을 선거 후로 미루는 것은 선거 후 새출발의 극적인 효과도 노리고, 또 어차피 선거가 끝나면 논공행상이 있지 않겠읍니까.
-정부의 새팀 컬러는 총선거결과, 특히 신당의 사이즈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읍니다. 선거결과가 만족스러우면 온건한 사람이 중용될 것이고, 좋지 않으면 강경한 색채를 띠게될 가능성이 있읍니다.
-여야간에 강경세력이 득세하면 정치권에서 도전과 응전이 격화되거나 잦아져 결과적으로 국민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개각에는 민정당 의원들이 좀 많이 참여할지 모르죠. 대통령 측근으로 있었거나 각료등 요직에 있다가 당에 합류한 사람들 중 발탁될 기회가 많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12대공천자를 보면 시선을 끄는 인물이 별로 없지 않아요. 결국 제5공화국 재선중심으로 요직인사가 요리될 가능성이 크지요.
-국회의장·총리·민정당대표위원 등 큰 자리 3개중 적어도 총리와 국회의장은 틀림없이 바뀌지 않겠어요.

<개편바람 크게 일듯>
-진 총리가 입원할 때부터 인물난이란 말이 많았는데 어디서 인물을 찾을지 궁금합니다. 권익현 민정당대표위원은 선거결과가 나쁘지 않다면 유임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선거 후 88년에 대비한 인물이 부각되리란 기대는 성급합니다. 너무 일찍 부각돼 통치에 부담을 줄뿐더러 흔드는 측도 생기기 마련이라 부지하기가 어렵지요. 따라서 그러한 인사는 정년에나 가야 윤곽이 나오겠죠.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가장 큰 내부진통은 민한당이 겪을 것 같습니다. 의석이 너무 줄면 인책론이 나오게 되어있고 당권경쟁도 거의 필연적입니다.
덩치가 그면 정통성시비는 견딜 수 있겠지만 신당 배후의 두 김씨 때문에 야당성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수세가 되기 쉬워요.
-김대중씨가 귀국하면 야권 안에 두 김씨 간의 경쟁이 본격화할지도 모릅니다.
-야당 통합론과 개헌문제는 틀림없이 현실의 문제로 부상할 것입니다. 야당통합론은 개헌문제를 통해 현실화될 수도 있지요.
-그러나 정부·여당은 확고부동한 호헌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현 대통령선거제에 굳이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헌법에는 손을 대지 않고 대통령선거법을 일부 보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요.

<선거법보완은 가능>
-또 야당의 직선제개헌론에 대해『일단 고친다고 하면 야당에 유리한 쪽으로만 고쳐지겠느냐』『극장 문을 열어 놓으면 입장권 산사람만 들어가겠느냐』고 경고를 하기도 합니다.
-개헌론이 어떤 취지에서 나온 것이든 현행헌법의 대통령단임제 규정자체까지 흔들 위험이 있다. 그러니 평화적 정권교체를 진정 바란다면 개헌얘기는 안 꺼내는게 좋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민정당은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해 87년 상반기 중 당에서 후계자를 선출한다는 점을 당의 의지로 내세울 예정입니다.
-구공화·유정회 출신들이「민족중흥동지회」를 만들어 은근히 김종필씨의 재기를 바라는 움직임이 있으나 아직은 정계의 변수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 당장으로서는 정치하던 사람들에게「소일거리」가 생긴 것 이상은 아닌 것 같아요. 고 박정희 대통령기념관을 만든다든가 하는 사업내용도 그렇잖아요.
-원래 여권정치인들은 권력의 속성을 잘 알아 그럴진 몰라도 권력에서 멀어지면 탈력상태가 되나 봐요. 그렇지만 구여권도「때」가 오면 정치 변수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죠.
-금년의 남북대화전망과 외교여건의 변화도 짚어 봅시다.
-1월17일부터 남북경제회담이, 1월22일부터는 서울서 적십자회담이 시작되는데 이것이 모두 우리의 선거철과 겹치죠.
-남북대화바람에 선거바람이나 신당바람이 위축되겠군요.
-북한의 본질을 알면 대화에 대해 기대만을 하기는 곤란합니다. 북한은 지금 대화에 응하면서 그들의 기계화부대를 남진배치 했어요. 우리의 기존 조기경보 체제로 얻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대폭 줄었다는 겁니다.
-또 북한총리 강성산은『서울올림픽 개최는 북한에 대한 도전』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면서 88올림픽을 저지할 도발계획을 암시하고 있읍니다.
-선거를 앞두고 테러 등을 통해 우리의 국론을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고 반체제단체·학생 등의 이름으로 사건을 꾸미기에 좋은 여건이라고 오판할 수도 있다고 봐야겠죠.

<잘되면 평양 취재도>
-그러나 남북대화에 진전이 있다면 반가운 일이죠. 웬만하면 우리 중 누군가가 평양취재를 가겠던데요.
-당국으로서도 대화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한편으로 국민의 반공·경계의식이 약화돼서는 안되겠다는 점에 고충을 느끼는 눈치예요.
-외교 면에서도 지난 연말부터 북한고립외교에서 북한포용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잖아요.
-북한이 86년 비동맹회의를 유치하려고 하는 것을 내버려둬 그들도 어느 정도 국제무대에서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도 괜찮지 않느냐는 검토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수해물자를 받아줘 그들 체면을 세워주었듯이 또 한번 형님의 아량을 베풀자는 것이지요.
-어차피 남북대화를 하는 이상 북한고립화정책만을 계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닙니까. 프랑스가 북한의 통상대표부를 총대표부로 승격시켰고 일본도 1월1일부터 랭군사태때 취한 대북한 제재조치를 해제했읍니다.
-수준만 같게 유지된다면 북한도 일본과 경제교류를 하고 우리도 중·소, 동구권과 관계개선을 한다고 해서 손해될게 없겠죠. 이런 식으로 교류가 진전된다면 교차승인에 앞서 교차교류의 차원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전망할 수 있겠읍니다.
-정부는 내년4월 서울에서 열리는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에 상당히 기대를 걸고 있읍니다.
-우리의 대미·대일 외교 환경은「레이건」「나까소네」의 건재로 계속 좋은 편입니다.
-아뭏든 새해는 국내정치에 있어서나 남북관계에 있어 중대한 분수령적 의미를 지닌 해라고 볼 수 있겠군요. 각종 변화요인이 정치발전과 긴장완화의 정착으로 움직여 준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도 새로운 자세로 새해를 뛰어봅시다.
「정치의 해」를 예언하는 정치부기자 방담 참석자 ▲성병욱 정치부장 ▲전육 차장(정리) ▲이수근 기자 ▲안희창 기자 ▲송진혁 부장대우 ▲김 영배 차창 ▲문창극 기자 ▲이재학 기자 ▲고흥길 차창 ▲유균 기자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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