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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통령·여당 원내대표 싸움 … 대통령이 질 순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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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가 싸우면 대통령이 질 순 없다는 게 의원들 생각이더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8일 밤 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사실상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거부권 정국’에 대해서다. 김 대표는 이날 하루 동안 유 원내대표와 세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태가 지속돼선 안 된다”면서도 유 원내대표가 이대로 버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더라도 명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계속 ‘나쁜 사람이다, 배신자다’라고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친박계의 공세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문답 요지.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는데.

 “나는 유 원내대표와의 전화통화에서 사퇴란 말을 전혀 꺼낸 적이 없다. 지금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 하다 보니…. 동정론만 보면 유 원내대표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들의 생각은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가 끝내 맞붙으면 유 원내대표가 이길 순 없지 않느냐는 거다. 다만 설령 사퇴하더라도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유 원내대표와 무슨 얘기를 했나.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여섯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어떻게 해야 하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등을 논의했다. 예를 들면 최고위원들이 집단 사퇴하면 어떻게 할까 등이다.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김을동 최고위원은 안 할 것 같다.”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가 만나면 .

 “(대통령이) 만나주지 않는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는 통화했나.

 “잘 수습해 달라는 얘기만 한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사퇴를 요구하나.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서 최고위원이 ‘나도 노동법 파동 때 원내총무를 사퇴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사퇴를 시사한 거다. ”

 김 대표는 친박계의 공세가 내년 총선의 공천권 때문이라는 소문에 대해 “(친박 인사들이) 공천권을 휘두르고 싶어하지만 나는 계속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를 한다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기자들과 대화하는 중 서 최고위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통화를 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메르스 대책 마련과 제2연평해전 기념식 등을 논의하는 29일 평택 최고위원회의에선 유 원내대표의 거취나 최고위원 사퇴 등의 얘기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얘기를 하려면 차라리 다른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29일 오전 평택 최고위원회의와 별개로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열릴 수 있다고 전한 뒤 “오후 회의에서 유 원내대표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가영·김경희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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