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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무능, 메르스 질타 딴 데로 돌리려는 이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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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소속 의원 70여 명과 함께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문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부의 무능에 대한 책임 면피용이자 메르스로 인한 국민적 질타를 돌리려는 정치 이벤트”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앞줄 왼쪽부터 추미애 최고위원, 이석현 국회부의장, 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오영식 최고위원. [김성룡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메르스 무능과 거부권 행사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이란 제목의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전날 여야 정치권의 문제를 거론하며 “국민께서 심판해 달라”고 한 데 대한 반격이었다.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읽어 내려간 호소문에서 문 대표는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정부의 무능에 대한 책임 면피용이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인한 국민적 질타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치졸한 정치 이벤트”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배신’이니 ‘심판’이니 온갖 거친 단어를 동원하며 ‘할 수만 있다면 국회를 해산해 버리고 싶다’는 태도였지만 정작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아야 할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라며 “국회와 국민을 향한 독기 어린 말을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했다.

 문 대표는 “경제활성화법 21개는 이미 국회를 통과했는데 ‘민생법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아 경제가 어렵다’고 국회 탓을 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끔찍한 거짓말”이라는 말도 했다. 또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책임을 묻고 국회를 무시하는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을 심판해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불가 방침은 자기 배반이자 굴복 선언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즉각 재의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이날 문 대표의 손에는 원고가 없었다. 대신 원고 내용을 보여 주는 장치(프롬프터)까지 미리 준비했다. 그는 15분간 정면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뒤로는 이종걸 원내대표와 박지원 의원 등 70여 명의 소속 의원과 주요 당직자가 섰다.

 박 대통령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직설적인 비난은 이날도 계속됐다. 의원총회에서 이 원내대표는 “국회는 대통령이 뽑아 거수기로 활용했던 유신시대의 유정회가 아니다”고 했다. 25일 밤 ‘24시간 비상근무’ 방식으로 국회 사무실에서 농성을 시작한 그는 전날과 같은 옷차림에 넥타이만 푼 모습이었다.

 앞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메르스에 뺨을 맞고 국회에 화풀이하는 격이다. 자신을 봉건시대의 여왕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은 여왕님이 아니다”(전병헌 최고위원), “여야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신하는 아니다”(정세균 의원)는 발언이 나왔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국회법 개정안 재의 절차에 불참키로 한 새누리당을 향해 “살아 있는 헌법을 사도세자처럼 뒤주에 넣어 질식사시키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은 협상 파트너였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선 의도적으로 비판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인 유 원내대표를 향해 “정치인으로서 줏대를 잘 지키길 바란다”며 “자리는 얻었을지 모르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메르스 추경안은 정상적으로 처리”=국회로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 새정치연합 최원식 원내기획부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공언한 대로 본회의 일정이 잡혀 있는 7월 1일 본회의에 법안을 다시 올리면 정정당당하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새정치연합은 이보다 앞선 6월 29일에 본회의를 따로 잡아 법안을 재부의해 줄 것을 정 의장 측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야당은 전날 본회의 상정을 기다리고 있던 61개 법안 처리는 가로막았지만 메르스 사태와 관련된 추가경정예산은 정상적으로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날 극한 대치상황 속에서도 본회의에 참석해 메르스와 관련된 감염병 예방관리법 개정안은 처리했듯 ‘국회 보이콧’ 상황에서도 메르스와 관련된 협조 기조는 이어 가겠다는 뜻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국회법 개정안과 추경은 관계없다”며 “긴급하게 처리할 부분은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신임 최재성 사무총장과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 등은 ‘장외투쟁’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청와대 앞에서 현장 의원총회를 열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를 포함해 대부분의 의원이 반대해 채택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과거처럼 장외로 나가 오히려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역공의 빌미를 줘선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글=정종문·위문희 기자 persona@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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