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차이나」<2>영국과 중공 실리찾기 바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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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일전쟁때 중국대륙에서 피난 나와 홍콩에서 자리를 잡은 상해자본가들은 중공간부들이 법제를 무시하기 일쑤라는데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부르짖는 당의 독재하에서 1국2체제란 역시 사법의 독립이나 공정한 판결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콩의 상해자본가들은 이미 본토에서 뜨거운 물에 데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홍콩반환 이후 어느 때라도 이곳을 탈출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실향민 (홍콩주민) 들의 이같은 최대의 정신적 허탈상태는 중공당국의 어전 유화정책으로도 메워주기가 힘들다.
홍콩이 반환되는 오는 97년까지 적어도 4백억달러 이상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하는 경제전문가도 있다. 홍콩이 가지고 있는 자본과 인재는 싱가포르·필리핀·대만등 주변국가 뿐 아니라 중미의 코스타리카·도미니카등에도 흘러나가고 있다.

<2명의 총독이 군림>
시카고 제일은행 (미 FNBC의 홍콩 현지법인) 의 하영금 부사장은『시간이 지나면 불안도 점점 가라앉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공이 중앙정부의 통제를 풀고 개방정책을 계속 추진하려면 당초 보장한대로 홍콩을 철저한 시장메커니즘 체제로 보호해 주어야한다』고 말했다.
홍콩에는 2명의 총독이 있다고 한다. 1명은 물론 「엘리자베드」영국여왕이 임명한 「유드」총독이다. 다른1명은 중공당국이 파견한 신화사 홍콩분사사장 허가둔. 이곳에서 허는 「지하총독」이라고 불린다. 그는 기회있을 때마다 공식석상에 나타나 「홍콩주권을 회복하고, 번영을 계속 유지하며, 홍콩인이 홍콩을 통치하도록 하고 제도는 바꾸지 않는다」(수회주권·보지긴영·항인치항·제도불변) 는 16자 방침을 거듭 천명하는 것이다.
중공이 좀더 여유 있고 차분하게 홍콩문제를 다루려고 하는데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다. 영국도 매한가지다. 양국이 우선적으로 경제적 실리를 생각하고 있다.
중공은 작년9월에 정치적 불안정에 따른 홍콩달러의 폭락을 경험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거대자본인 자딘 매디슨사가 본부를 버뮤다로 이전할 것을 결정한데 이어 다른 기업들이 25억 홍콩달러를 빼내 특별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나누어주고 재투자를 중단해버렸다.
홍콩의 금융을 틀어잡고 있는 홍콩상해은행 (발권은행) 도 적지 않은 자산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공은 50년대와 60년대초에 걸쳐 번영을 누렸다가 정치적 불안정으로 경제가 폭삭 가라앉은「마카오의 황폐화」를 목격했기 때문에 더이상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관측통들도 상당수 있다.
중공이 홍콩의 혼란과 와해를 방지하기 위해 취하고있는 조치가운데 하나는 금융에 관한 것이다. 홍콩자본이 빠져나가는 만큼 중공본토에서 돈을 끌어내 홍콩상권에 쏟아 붓는 것이다.
최근 들어 중공의 국영기관들이 홍콩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거금4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는 홍콩에 있는 기업들이 중공에 투자한 것보다 훨씬 많은 액수다. 중공을 대표하는 광대실업공사가 9억 홍콩달러짜리의 건물구입 소동을 벌인것도 홍콩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일장의 쇼였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상 1국 3체제>
중공은 홍콩에 대한 주권회복으로 사실상 1국3체제를 거느리게 되는 셈이다. 사회주의하의 본토와 개방경제체제하의 심수등 경제특별구 및 고도의 자본주의적인 시장메커니즘하의 홍콩특별구를 가지고 있다.
중공은 심수등 4개 경제특구를 안고있는 화남경제권을 발전시키기 위해 홍콩의 자본과 기술을 연결시키려 하고있다. 이때문에 미·일등 각국의 주요기업들이 홍콩진출계획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채비를 서두르지 않을수 없다. 홍콩이 대륙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로서 전략적인 요새인 것이다.
그러나 홍콩의 단물이 중공경제를 살찌게 할 정도로 연결작업이 숙성된다면 홍콩의 자본주의적 경제의 기본골격이 조금씩 변질될 것이다.
말하자면 계획적인 경제요소의 투입으로 홍콩의 이점은 조금씩 빛을 잃을 것이다.
이번 중공과의 홍콩 반환 합의문서 정식조인에서 영국이 중공의 「보장」을 거듭 받아낸 것은 홍콩이 흔들릴수록 영국경제가 뒤뚱거릴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적자재정으로 고통을 받고있는 영국경제는 6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한 홍콩경제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았다. 홍콩의 은행과 보험회사·항공등 운수업에 대한 투자와 독점사업을 통해 영국이 매년 얻는 이익은 40억달러로 대영제국의 국제수지에 크게 기여했던 것이다.
영국은 될수있는대로 더 안정된 상태에서 홍콩이라는 달러박스를 보호해 중공대륙으로 자국기업을 돌아갈 심산이다.

<주변국 미묘한 영향>
중공의 1국2체제 바람은 홍콩을 향해서만 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만에도 불고있다.
그것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정치적·경제적으로 미묘한 움직임으로 예의주시를 받고있다.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중공의 경제정책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는 한국의 오진용박사(중국정치학·산업경제연구원) 는 『중공은 대만에 대해서 과거와 같이 완전히 평화적인 공세만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만이 협상테이블에 나와 1국2체제를 받아들이도록 계속 압력을 넣을 것이다. 중공의 이같은 정책은 북한에도 시사하는바 적지 않다. 중공은 한반도에도 1국2체제를 적용, 「2개의 한국」정책을 인정하도록 김일성에게 압력을 넣을 것이다』 고 전망했다.
중공의 1국2체제 바탕이 이해당사자들에게 순풍이 될지 역풍이 될지는 중공을 이끌어가는 핵심인물들의 정밀한 행태분석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 【홍콩=최철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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