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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매끈한 음악 감동 못 주지요 … 내 방식대로 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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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개성 있는 피아니스트 김다솔. [사진 유니버설뮤직]

만일 그가 “완벽한 테크닉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면? 별로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피아니스트가 ‘기술’에 전부를 걸지 않는 것은 소신 있는 결정이다. 하지만 김다솔(26)은 인터뷰에서 “완벽한 연주를 싫어한다. 너무 매끈한 음악에서는 감동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인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배짱은 어디에서 왔을까.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 연주도 독특했다. 그는 완벽한 연주에 관심이 없었다. 정확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순간순간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다.

 개성에는 비판도 따르게 마련이다. 김다솔은 “내 연주에 대해 호오가 분명히 갈리는 걸 알고 있다”며 “한 국제 콩쿠르에서는 심사위원 사이에 큰 싸움이 났을 정도”라고 말했다. 감각적 연주 스타일에 대해 두 심사위원이 각각 무조건적 찬사와 비판을 보낸 것이다. 그는 “하지만 어차피 모든 취향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주눅들지 않는다. 오히려 “매번 판에 박은 듯 똑같이 연주할까봐 겁이 난다”며 자신의 스타일을 밀어붙이고 있다.

 꺾이지 않는 ‘줏대’ 덕분에 대형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은 못했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6위, 뮌헨 ARD 콩쿠르 3위, 게자안다 콩쿠르 2위 등으로 늘 조금씩 아쉬움을 남겼다. 김다솔은 콩쿠르에서 우승 대신 심사위원과 인연을 얻어 돌아오는 편이다. 콩쿠르 이후 김다솔의 후원자가 된 심사위원이 세계 곳곳의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곤 했다. 한마디로 콩쿠르 대신 공연장에 맞는 피아니스트다. 세계적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이 그 실력을 알아봤다. 지난달 DG에서 데뷔앨범이 나왔다. 김다솔은 “피아노 연습 자체보다 악보를 연구하는 시간이 더 길다”며 “이렇게 얻은 나만의 해석을 선보이면서 청중 접점을 늘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이를 위한 첫 행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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