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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미술 국제진출의 길은 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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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여름 뉴욕근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이 기획한 「현대 회화·조각 국제전망전」 (An International Survey of Recent Painting and Sculpture)에 초대된17개국 1 백65명의 작가중 일본작가가 1명도 포함되지 않아 일본미술계를 경악속에 빠뜨렸다. 오늘날 미국과 함께 세계미술품 시장을 좌지우지한다고 믿고 있는 일본이 이런 일쯤으로 자극을 받은 것은 P R가 모자라서 일본의 현대미술이 세계무대에 진출하지 못한다는 자성때문. 평론가·화상이 똘똘뭉쳐 일본현대미술 중흥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럼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일본의 여건보다 여러가지로 뒤떨어진 한국은 아무런 대책없이 「우물안 개구리」로 무사태령을 구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미술계현황과 현대미술 진흥책을 알아봤다.

<한국>
국내에 있는 미술관·화랑은 2백여개. 국제규격에 맞는 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간송미술관·호암미술관·워커힐미술관등 손으로 꼽을 정도.
이중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미술관·화랑은 반도 못된다. 서울관훈·인사동일대에만 50여개가 몰려있어 동경은좌의 60개에 필적하지만 전시·판매기능은 사뭇 저조하다. 한국화랑협회에 등록된 전국의 화랑은 서울이 20개, 부산3개, 대구4개, 광주1개, 마산1개등 29개뿐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술가는 약1만명. 그러나 한국미협에 등록된 작가는 서울 1천9백80명,지방 1천8백인91등 모두 3천8백71명뿐이다.
거기다 국내에서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대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호암미술관에나 가야 「헨리·무어」 와 「로댕」의 작품을 볼수 있는 정도다. 힐튼호텔에「헨리·무어」의 조각, 동방플라자앞에 「부르델」의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가 있다. 「에밀·갈레」의 작품은 중앙갤러리가 단한점 소장하고 있을뿐, 「피카소」 의 유화는 아직 국내에서 볼수가 없다.
세계적 작가의 작품이 없는것은 우리의 경제적 실력도 실력이지만 외환관리법 때문에 사고싶은 작품을 마음대로 살 여건이 형성되지 않아서다. 우리화랑이 국제적인 체인을 맺고 있는 곳도 현대·진·동산방·로이드신등 4∼5곳에 불과하다.
FIAC (국게현대미술 견본시장)에 가입된 화랑은 진화랑뿐. 내년에 가나화랑이 가입될 전망이다.
한국작가중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작가는 10여명.
미술평론가 이경선 유준상 이일씨가 객관적으로 뽑은 국제적작가는 백남준 이응로 남관 곽인식 이우환 이성자 김창렬 정상화 황규백 곽훈 존배 김기린씨등이다.
이밖에 배강 김원숙 원혜자 유제화 진유영 임충섭 곽덕준 김봉태 이훈선 문미애 한용진 권영우 손동진씨등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있는 작가들이 있다. 하지만 모두 미국·일본·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등이다.
국내작가로 국제무대에 진출한 사람은 김기창 장우성 천경자 박생광 서세옥 송수남 이규선 박서보 윤명로 정창섭 전성우 최욱경 김구림 하종현 정관모 이승택 심문섭 곽규정 황주리 이번 이봉렬씨등이다.
국제작가의 숫자도 숫자지만 세계화단에 영향을 미칠 질적으로 우수한 작가의 배출이 문제다.
5년전 시드니 비엘날레때 세계적인 미술평론가 「조셉·라브」는 평문을 통해 『일본화단은 곽인식중심으로 이루어지고있다』고 일본에서 활동중인 곽씨를 높이 평가했다.
미술평론가 유준상씨는 한국현대미술의 세계진출을 위해서는 『우리 미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한다』고 내다봤다.
오늘날은 미술자체보다 여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처럼 크게 미술활동을 돕는 국제교류기금같은 기구가 신설돼야 한다는것.
현대미술 중흥정책과함께 우리미술을 홍보하는 기능이 강화돼야 한국미술의 국제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규일기자>

<일본>
일본 국내의 미술에대한 관심은 우리와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높다.
각종 박물관을 포함한 일본국내의 미술관 수는 2천1백63개 (83년기준) 에 달하며 그중 순수한 미술관만 3백88개를 헤아린다. 이와는 별도로 현대화· 서예· 조각등 미술품을 거래하는 화상의 수만도 어림잡아 4백50개, 이들을 배경으로 활약하는 이른바 미술가의 수도 2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시골의 미술관엘 가더라도「피카소」나「세잔」의 그림몇점은 꼭 걸려있으며 「부르델」이나「헨리·무어」의 조각을 감상할수있다.
동경의 살롱에서까지 「갈레」의 유리공예작품에 접할수 있다는것은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일본국민들의 높은 문화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수 있다.
이처럼 혜택받은 국내시장을 갖고 있는 일본 미술계에서도 현대미술부문만은 그 난해성때문에 아직 폭넓은 애호층을 만들고 있지 못한것이 사실이며 더우기 세계무대에서는 거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것이 커다란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물론 일본 현대 미술계의 국제무대 진출이 없는것은 아니다. 베네치아 비엔날레라든가, 카셀의 도쿠멘타 전람회, 혹은 미술상 견본시로 유명한 바젤의 아트 훼어나 파리의 FIAC, 시카고나 워싱턴의 아트 전시회등에 열심히 작품을 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도 일본의 현대미술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주거나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것. 따라서 거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거래가 이루어진다해도 제대로 값을 받을수가 없다.
이때문에 일본미술의 대외수지는 언제나 수입초과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미술계의 세계시장 개척운동은 이같은 현상에 대한 자각과 반성에서 나온것이라고 미술평론가 「하야시·기이찌로」 (임기일랑)씨는 말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태동되기 시작한것은 작년부터였다.
일본미술계에서는 작년7월에 결성된 「일본현대미술상간담회」(CAA) 의 발족을 이운동의 효시로 꼽는다.
동경화랑의 「야마모또」(산본효)씨등 6명이 발기인이되어 설립한 CAA는 지금27개 화랑이 가입하고 있으며 금년9월에는 가맹 화랑및 이들이 취급하는 작가를 소개한 캐털로그 「CAA저팬도록」을 작성, 내외에 배포하는등 구체적 활동에 들어갔다.
CAA의 설립취지에 대해「월간미술」지는 『문화면에서도 수출대국· 문화대국의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투의 설명을 붙이고 있다.
이미 현대미술 옥션동호회는 수집가만의 작품교류를 통한 저변확대를 목적으로 금년들어 4차례의 경매를 개최, 최하 1천엔짜리부터 1백만엔 정도까지의 비교적 헐한작품들을 내놓고 참가비도 1천엔으로 싸게 매겨 일반 애호가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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