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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모자라 고심하는 서독|경품부 모집등 유치경쟁 치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콩나물교실과 입시경쟁에 시달리기만 해온 한국사람 눈에는 신기하게 보이는 「경품부학생모집」이 최근 서독에서 성행하고 있다.
이는 남아돌아가는 학교시설과 교직자의 일자리 보존을 위해 최근 서독의 김나지움(중등학교)들이 「투쟁」이란 말로 표현될 만큼 맹렬하게 학생유치경쟁을 벌이는 현상을 말한다.
학생수가 학교운영을 위한 최소단위에 미치지 못하면 폐교되거나 통폐합되는 운명을 피하기 위해 많은 학교에서 교사·학부형및 재학생까지 동원해 학교선전을 하고있다.
최근 초등학교(폴크스슐레)과정을 마치고 진학할 자녀를 가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서독 본에 나도는 광고내용을 보면 그럴듯한 미사여구가 등장,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경치수려』『목가적 위치』『공해없는 신선한 공기』가 있는가 하면 『학교 바로 옆에시립도서관이 위치해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다』는 문구도 있다.
본 외의 다른 지방에서는 학부형이 약간 부담했던 교과서 대금이라든가 교재비·찬조금을 한푼도 받지않겠다고 선언한 학교도 있다.
남독 바이에른지방의 김나지움에서는 친구나 동생의 입학을 유치하는 학생에게는 책을 상품으로 주겠다고 독려하다가 학사당국으로부터 학생을 동원해 유치경쟁을 하지못한다는 제재까지 받았다.
이처럼 중등학교들이 필사적으로 학생유치경쟁에 나서게 된 것은 취학대상의 학생숫자가 해마다 대폭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등학교 재학대상인 10∼16세까지의 연령층이 70년대까지는 6백만명을 넘던 것이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연평균 8%정도 줄어들어 84년 현재 4백40만명선으로 뚝 떨어졌다. 70년대 6백만명선에 비해 27%가량 줄어든 숫자다.
서독문교성은 앞으로 6년뒤인 1990년에는 10∼16세의 연령층은 70년대보다 45% 줄어든 3백50만명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서독의 부부들이 출산을 기피, 가구당 평균 1.5명의 자녀밖에 갖지 않는 인구감소현상에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70년대의 학교규모에 비해 거의 절반에 가까운 학교가 폐교나 통폐합되어야할 형편이다.
교사 1인당 학생수가 70년대엔 22명이던 것이 현재는 17명으로 줄어들었는데도 가르칠 학생이 모자라 통폐합 학교와 실직교사의 숫자가 최근 수년간 무척 늘어나고 있다.
금년여름 인구 68만명의 항구 상업도시인 브레멘시정부가 1백개의 학교를 통폐합, 남는 학교건물을 관공서로 개조하거나 매각처분, 재정적자 메우는데 사용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폐교를 모면하기 위한 학생유치경쟁은 우선 학생수를 채워야 하는 절박성 때문에 마구잡이로 학생들을 받아들여서 독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평가받아왔던 김나지움의 질을 저하시키는 부작용도 빚고 있다.
한때 서독의 김나지움에 입학하려면 초등학교성적이 평점 2.5(최우수=1,최하=6)이상을 기록해야 했으나 요즘은 4.5의 평점을 갖고도 입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실난·입학경쟁등을 구실로 시행된 한국의 「평준화」는 전혀 상반된 상황이긴 하지만 비슷한「교육평준화 현상」이 서독의 엘리트 교육기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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