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통령, 오늘 국무회의서 국회법 거부권 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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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메르스 피해지역 농산물 사주기’ 행사에 참석해 전남 보성군에서 생산된 감자를 구매했다. 김 대표는 “메르스 사태로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줄 왼쪽부터 이용부 전남 보성군수, 김 대표, 이병석 의원, 원유철 정책위의장. [김상선 기자]

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날인 24일, 황교안 국무총리에겐 국회법 개정안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론이 긍정보다 부정적 답변이 많다.”

 ▶황 총리=“여론도 중요한데, 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자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웠다. 거부권 행사는 곧 입법부와 행정부의 충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선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요구가 크지만 박 대통령은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거부권)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다시 국회로 돌려보내는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을 15일 이내에 법률로 공포하거나 국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개정안을 보낸 만큼 박 대통령은 30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각에선 법안이 이송된 날을 포함하면 거부권 행사 시한이 29일이란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에선 그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25일이 거부권 행사 시점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 논란은 단순히 법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해 불신임을 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전임 친박계 원내대표들과 달리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꾸 독자적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의 불만이 폭발한 것 같다”고 했다.

 새누리당 친박계 강경파는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로 되돌아오면 재의에 부친 뒤 본회의에서 부결시키고, 유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야당이 재의를 요구하는 만큼 여야 관계를 위해서도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부결시키는 게 가장 깔끔한 방법”이라며 “부결이 되면 이 상황까지 오게 만든 사람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가 원내대표 교체를 요구하고 나설 경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 외에 재신임 표대결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국회의장 후보 경선, 7월 전당대회, 올해 원내대표 경선에 이르기까지 친박-비박이 맞붙은 주요 고비마다 비박계가 연승을 거두고 있어 이번에도 친박계의 승산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당내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그냥 덮고 넘어가자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중지를 모아 해결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글=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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