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번 환자 “마스크 벗고 욕 했지만 걸쇠는 부순 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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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던 강동성심병원에서 22일 메르스 173번 확진환자가 확인돼 외래?입원?수술이 중단됐다. 이 환자는 지난 5일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던 요양보호사로 병원 3곳을 거쳐 지난 17일 강동성심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2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23일 병원 입구에 진료 중단 안내판이 놓여 있다. [뉴시스]

병원 격리실 걸쇠를 부수고 달아났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141번 메르스 환자(42)가 처음으로 언론에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주도 신라호텔의 영업 중단과도 관련 있다. 메르스 의심 증상 때문에 병원에 가기 수일 전에 그가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가 간 호텔·식당 등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는 23일 전화 통화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게 많아 메르스가 아니라 억울해서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 격리실) 문을 강제로 열고 나가지 않았다. 잠금장치가 있지도 않았다. 인터넷 등에 떠도는 얘기와 달리 나는 최근에 유흥주점에 간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서울의료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선별진료실 내 격리 공간의 문. 손잡이를 돌린 뒤 밀어 열도록 돼 있다. 바깥쪽에는 잠금장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몸 상태는 어떤가.

 “어제부터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1분 1초가 고통스러웠는데 지금은 많이 치료됐다고 들었다.”

 -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

 “12일 오후 4시쯤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앞 간이진료소로 갔다. ‘내가 메르스에 걸린 것 같다. 27일 삼성병원(삼성서울병원)에 있었다’고 말했다. 방호복을 입고 있던 여성 직원이 ‘삼성에서 걸렸으니까 삼성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내가 ‘그럼 이렇게 아픈데 혼자 택시 타고 삼성으로 가라는 거냐’고 따져 물으니 ‘그게 원칙’이라고 했다. 고함을 치고 항의를 계속하니 나중에야 격리진료실에서 객담을 채취했다. 그러고 나서 계속 방치했다. 내가 병원에 머문 시간이 총 1시간30분 정도 된다. 기다리는 동안 여성 한 명(간호사로 추정)이 ‘오후 10시30분쯤 검사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적은 쪽지를 놓고 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문진 과정에서 삼성병원 어디를 갔다 왔느냐고 재차 물었기 때문에 그리 가라고 권유하는 것으로 오해했을 수 있겠다. 진료 거부는 없었다. 쪽지는 환자가 격리 치료 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써 준 것이다”고 주장했다.)

 -걸쇠를 부수고 도망쳤다는데.

 “손잡이를 돌려 밀었더니 문이 열렸다. 100% 사실이다. 잠금장치가 있지도 않았는데 부술 게 뭐가 있나. 그냥 밖으로 나가니 쪽지를 준 여성이 뛰어왔다. ‘사람이 아픈데 치료를 해줘야지 왜 기다리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한 것은 맞다.”(※강남세브란스병원 측은 22일까지도 문 바깥쪽에 잠금장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23일에는 “직원들의 상황 파악에 혼선이 있었다. 잠금장치가 없었던 게 맞다”고 밝혔다.)

 -병원 의료진을 향해 ‘ 메르스 바이러스를 퍼뜨리겠다’고 소리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뜻이 아니었다. 치료를 안 해 줘 마스크를 벗어던지면서 ‘ 확진자가 될지 음성이 될지 모르지만, 내가 확진자가 되면 더 큰 문제다. 나는 이제 집에 갈 건데, 내가 확진자라면 바이러스를 다 전파하면서 집에 가는 거다’고 말했다. 그 뒤 걸어서 집으로 갔다.”

 -병원에 갈 때 택시를 탄 이유는.

 “보건소에서 차를 보낸다고 해놓고 40분이 지났는데도 안 왔다. 화가 나서 택시를 탔다. 마스크를 쓰고 갔다.”(※강남보건소 관계자는 “40분 이상 기다리게 한 것은 맞다. 당시 구급차가 한 대밖에 없어 출동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감염 의심 상태서 제주도 여행을 간 이유는.

 “기침은 거의 한 달 전부터 했다. 제주도에 갈 때까지 메르스 증상은 없었다. 내가 메르스 증세를 느꼈다면 아내와 네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갔겠나.”

 -최근 고급 유흥업소에 자주 갔나.

 “그런 얘기가 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 달에는 술집에 간 적이 없다.”

 -하는 일은.

“강남에서 명품 의류·잡화 할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방에서 10년 전 상경해 고생 많이 했다. 불편한 것을 잘 참는 편인데 세브란스병원에서는 화를 낼 만한 상황이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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