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로 3억 매출 당진할매들 “이 정도면 어깨 힘줄 만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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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순성면 백석올미영농조합의 할머니 조합원들이 지난 17일 한과공장에서 자신들이 직접 만든 매실 한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그동안 월급 받아 저금한 게 1000만원이 넘는 구먼. 이 정도 벌었으면 어깨에 힘줄 만도 허지.”

 지난 17일 오전 충남 당진시 순성면 백석리 ‘백석올미영농조합’ 한과 공장. 성정옥(80) 할머니가 한과와 고추장 원료로 쓸 매실을 다듬으며 자랑스레 말했다. 그러자 이원녀(70) 할머니도 “난 모은 돈으로 손녀 피아노 사줄라유. 경로당에서 TV 보며 세월 보낼 나이에 돈을 버니 행복허구먼유”라고 거들었다.

 백석올미영농조합원 53명의 평균 나이는 75세. 마을 103가구의 절반이 조합에 가입해 있다. 이들은 마을에서 생산되는 매실로 한과·고추장 등을 만들어 지난해 3억5000만원의 매출과 9300만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영농조합은 2011년 3월 설립됐다. 순성면이 백석리 마을 부녀회에 정부의 농어촌 개발사업에 응모하도록 권유한 게 계기였다. 부녀회는 마을 체육대회가 열리면 한과를 만들어 제공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이를 눈여겨본 면사무소 직원들이 마을 주산물인 매실로 한과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순성면은 마을 소득원으로 쓰기 위해 2002~2006년 동네 곳곳에 매실나무 10만 그루를 심었다. 백석리에만 8000그루가 있다. 매실나무는 마을 단위로 주민들이 공동 관리한다. 하지만 수확한 매실의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주민들은 김금순(65) 부녀회장을 중심으로 영농조합 설립에 나섰다. 2008년 남편을 따라 귀촌한 김씨는 나이가 비교적 젊어 부녀회장을 맡았다. 김씨는 현재 영농조합 대표다. 김씨는 “한과 만들기는 주민들에게 익숙한 일이어서 영농조합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처음엔 33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200만원씩 출자해 6600만원을 모았다. 여기에 정부 지원금 3억원을 보태 마을 소유의 땅에 230㎡ 규모의 한과공장을 지었다. 영농조합 이름의 ‘올미’는 ‘으뜸(兀)’인 ‘맛(味)’이란 뜻이다. 조합원들은 8개월간 매주 한 차례씩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한과박물관을 찾아 한과 제조법을 배웠다.

 2012년 8월 공장을 완공하고 한과 생산에 본격 나섰다. 원료인 매실과 쌀 등은 모두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사용했다. 그 해 5000만원어치의 한과를 생산해 도시에 사는 가족들에게 선을 보였다. 맛을 본 가족들이 지인들에게 적극 권유하면서 차츰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매실 성분이 한과 특유의 느끼한 맛을 없애줘 감칠맛이 난다는 반응이었다.

 조합원들은 지난해부터 고추장·장아찌 등 다른 가공식품도 생산했다. 제품은 인터넷 상거래 등으로 판다. 한과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해 지난해에만 2000여 명을 불러 모았다. 충남도의 3농 혁신 대상 사업으로도 선정돼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돈은 지난해 11월 완공한 조청공장 건립에 보태 썼다.

 53명 중 공장 상시 근무 인원은 15명. 이들은 한 달에 12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명절 등 일손이 부족할 때면 거의 다 작업에 참여한다. 최고령 조합원인 이계영(82) 할머니는 “이 나이에 직장 생활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손자들에게 용돈을 주는 재미로 일하러 나온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익금을 모아 요양원과 복지시설 등을 갖춘 마을 공동 주거타운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당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3농 혁신=안희정 충남지사의 핵심 사업이다. 3농은 농어업·농어촌·농어민을 뜻한다. 친환경·고품질 농산물 생산, 지역 식품(local food) 소비 체계 구축, 도농 교류 활성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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