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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첨단 기술 혁신이 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럽의 경제가 전반적으로 활기가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과 일본에 뒤떨어지고 있다.
유럽사람들에게 경종이 울린지 오래됐다. 하지만 아직도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영국에서 발행되는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기술낙후에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고 분석하고 이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이는 기술개발에서 계속 돌파구를 찾아야할 한국에 대해서도 시사하는바 많다.
다음은 이 특집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주>
유러페시미즘(유럽 장래에대한 비관론)이 수시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요즘엔 논의의 초점이 하나의 커다란 문제점으로 압축된다.
즉 첨단기술 분야에서 유럽이 미일에 비해 현저하게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문적으로는 예컨대 원자력발전·항공기·제약·통신·로키트 등에서 아직도 미국과 경쟁할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려할만한 문제는유럽이 전자·컴퓨터를 중심으로한 정보산업에서 크게 낙후돼가고 있고 전반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기술혁신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IBM의 시장조사담당중역「피터·사보아」씨는 미국의경우 정보산업의 비중은 자동차산업과 대등한 GNP의 3·3%(1천1백억달러)규모로 성장했으며 오는 94년에는 GNP의 6%인 3천3백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1990년이 되기전 정보기술분야는 가장 비중큰 산업의 위치를 확보하게 될것이다.
EEC국가들은 90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보았고 현재 추세대로 가면 오는94년에는 그적자폭이 2백60억달러로 늘어나게 된다.
전자및 컴퓨터제품이 기초가 되는 반도체칩의 EEC소비량은 10년전 세계전체의 30%에서 요즘은 19%선으로, 생산공급량의 점유율은 14·5%에서 9·5%로 각각 떨어졌다.
1인당 소비량으로 환산해서 유럽은 미국의 3분의1이고, 일본의 4분의1에 불과하다.
유럽에서 기술혁신이 활발치 못한 이유를 여러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로 시장측면에서의 약점이다. EEC는 공동시장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회원국간의 이해가 엇갈려 제각기 다른 규격을 쓰고있는등 비공동시장적 요소가 많다.
게다가 유럽의 소비자들은보다 정교하고 신기한 상품을찾는 기호가 미일보다 크게떨어진다. 이것은 기술혁신의자극이 적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는 정부의 정책 내지지원문제다. EEC는 정부구매분이 전체 GNP의 17%에 달할만큼방대한 것이지만 각국이 자국위주로, 그것도 몇몇 대기업한테 집중해서 구매가 이루어지고있다.
미국은 반대로 작은 많은 기업에게 비중을 두어 정부구매를 하고있다.
최근 조사된바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견본판매의 약 절반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이루어지고있다.
연구개발(R&D)자금의 지원을 보면(OECD추정) 미국은 올해 모두 1천억달러(이중 정부지원이 5백30억달러)를 배정했다.
미국은 연구개발지원에서뿐아니라 벤처캐피틀(모험자본)지원에서도 활발하다.
소기업을 대상으로 새기술개발, 또는 기술사업착수자금을 대주는 벤채캐피틀로 투자된 금액은 미국이 작년에 2백80억달러에 달했는데 반해 EEC는 고작해야 미국의 10∼20%수준에 머물렀다.
그중에서 조금 낫다는 영국이 8천3백만달러를 투자했다.
세째는 과학인재와 훈련상의 문제다.
미국은 스탠퍼드, 버클리, MIT, 텍사스대학등이 모두그 주변 산업체들과 긴밀하게 제휴, 두뇌집단역할을 하고있다.
최근 영국도 이부문에 눈을 돌려 케임브리지대 과학공원같은 것이 생겨나긴 했지만 EEC전체로 보아 견학협동은 아주 미약한 실정이다.
오히려 유럽대학의 우수한 과학두뇌들이 속속 미국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이밖에 제도및 법률규정에서 유럽은 미국이나 일본과비교할때 신기술의 개발을 장려, 촉진하기보다는 저해하는요소를 많이 담고있다.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점에대한 근본대책이 나와야 기술개발이 촉진되고 유럽의 경제는 활력을 되찾게 될것이다.

<런던=이제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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