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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볼만해?]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중앙일보

입력

[매거진M] 감독 이해영 출연 박보영, 엄지원, 박소담, 공예지, 주보비, 박세인, 박성연 각본 이해영 촬영 김일연 미술 한아름 편집 김창주 의상 함현주 장르 미스터리, 드라마 상영 시간 99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6월 18일

줄거리 1938년 일제강점기 경성의 한 기숙학교. 폐병을 앓고 있는 주란(박보영)은 계모 손에 이끌려 전학 온다. 이유 없이 소외당하던 주란은 급장인 연덕(박소담)과 유일하게 친해진다. 우수 학생으로 선발되면 도쿄 유학을 보내준다는 교장(엄지원)의 말에 주란은 연덕과 유학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이 하나둘 이상 증세를 보이며 사라진다.

별점 ★★★ 일제 민족 말살 통치기라는 잔혹한 시대상을 배경으로 고립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추리극. 이해영 감독이 ‘피 흘리고 있는 소녀의 이미지’로부터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듯, 영화는 ‘장화, 홍련’(2003, 김지운 감독)이나 ‘여고괴담’ 시리즈(1998~2009)처럼 섬뜩하면서도 아름답고 기괴한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위태로운 공간과 그 속에서도 눈부시게 피어나는 과도기 소녀들의 상반된 모습을 미술, 소품, 의상 등으로 세심하게 보여주며 이 영화만의 묘한 무드를 만들어 낸다.

특히 영화 내내 떨어지고 깨지고 밟히는 유리 조각의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삽입되는데, 이는 시대의 광풍에 가장 먼저 희생될 수 있는 유약한 소녀들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한편 깨진 유리가 치명적인 무기로 돌변하듯, 영화는 사라진 친구를 찾으려는 소녀들의 일대 반격을 예고하며 달려간다. 영화는 중반까지 곳곳에 복선을 깔면서 제법 탄탄하게 전개된다. 주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이나 주란의 심신이 변화하는 과정, 우수 학생 선발을 놓고 벌이는 소녀들의 경쟁 관계도 효과적으로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결국 영화는 ‘왜 소녀들이 사라지고, 남은 자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그 질문에는 매끄럽게 답하지 못한다. 미스터리는 생각보다 허무하게 발각되고, 소녀들을 위협했던 존재 역시 허술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은 갑자기 장르가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톤이 달라져 보는 이를 당황하게 한다. 되려 비현실적인 상황에서도 감정선이 흐트러지지 않고 극의 리얼리티를 만들어 내는 박보영의 집중력이 놀라울 정도다. 결말을 봉합하는 방식은 이해하기 어려우나, 비극을 빚어낼 줄 아는 박보영의 얼굴이 여운을 만든다.

글=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 10대 소녀의 섬세한 감성을 포착해낸 연출이 돋보인다. 미장센도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하지만 호러와 스릴러의 음산한 조합은 후반부로 갈수록 낯선 이종교배로 돌변하면서 기괴한 결말을 낳는다.

글=정현목 기자

★★☆ 강렬한 이미지에 비해 서사의 힘이 무척 약하다. 상황을 찬찬히 전개시키기 보단 예쁜 이미지를 나열하는 데 치중한 듯한 인상이다.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고 결말에선 공허함이 밀려온다.

글=윤지원 기자

※ ★★★★★★ 걸작 탄생! 죽기 전에 꼭 보길 ★★★★ 훌륭하네. 강추할 만 ★★★ 이만하면 볼만하지 ★★ 안타깝네.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 헐! │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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