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키캐스트 장윤석 대표 "플랫폼 기업 되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매거진 그라치아에서 찍은 피키캐스트 사무실. 피키캐스트 제공]

 
'우주의 꿀잼', '세상을 즐겁게'. 피키캐스트의 슬로건이다.

피키캐스트는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신생 콘텐트 사업체다. ‘수준이 낮다’, ‘선정적이다’, ‘애써 만든 콘텐트를 베낀다’…. 피키캐스트를 향해 쏟아지는 비난이다. 거센 비난만큼 인기도 높다. 무려 900만 명이 피키캐스트 앱을 다운로드했다. 하루 실제 이용자는 200만 명에 이른다. 굴지의 방송사나 신문사보다 높은 수치다. 사람들이 피키캐스트를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밌어서다.

장윤석 대표는 피키캐스트의 핵심 가치를 "재밌는 콘텐트가 다 모여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연예·방송·애완동물·패션·만화·스포츠·뷰티…. 출퇴근길 버스 안, 잠자기 전 이불 속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피키캐스트를 보며 낄낄댄다. 지난 5일 피키캐스트를 방문해 장윤석 대표를 만났다.

[장윤석 피키캐스트 대표. 피키캐스트 직원은 그를 조이라고 부른다. 임직원이 서로 직함을 빼고 영어식 이름으로 의사소통한다. 피키캐스트 제공]

◇미래 비전은 플랫폼 기업
피키캐스트의 미래에 대해 묻자 장 대표는 “콘텐트가 유통되는 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콘텐트를 생산하는 미디어가 아니라 콘텐트가 유통되는 플랫폼을 피키캐스트의 미래로 그리고 있다. 종군기자까지 파견하며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버즈피드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버즈피드는 피키캐스트처럼 가볍고 흥미로운 콘텐트를 제공하는 글로벌 콘텐트 서비스 회사다.) 그는 “이미 콘텐트를 만드는 맛집, 여행 정보 서비스회사에 우리 제작 툴을 오픈하고 콘텐트를 공급받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재밌는 콘텐트를 퍼날렀고, 얼마전부터는 직접 재밌는 콘텐트를 생산했다면, 앞으로는 재밌는 콘텐트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공간이 되겠다는 의미다.

그는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한 개발자 출신이다.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그는 기술에서 찾는다. 모바일이라는 새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트 제작 기술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신문이나 방송 등 기존의 콘텐트 공급자와 구별되는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모바일 시대는 많은 것이 PC시대와는 달라져야한다. 콘텐트 전달 방식도 바뀐다. 준비할 게 많다”, “미디어도 테크 기반이 돼야 한다. 과거 언론사는 윤전기가 진입장벽이었다. 지금은 미디어를 시작하는 게 훨씬 쉽다. 방송국이 없어도 팟캐스트를 올릴 수 있다”, “산업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우리는 철저하게 사용자의 관점이다. 변화한 시대에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는지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에디터는 누구인가
140명 임직원 중 피키캐스트의 톡톡 튀는 콘텐트를 만드는 인원은 약 80명이다. 피키캐스트는 이들을 에디터라고 부른다. 그들은 글, 사진, 움짤(GIF파일로 이뤄진 짧은 동영상), 동영상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어떻게 글을 쓰고, 영상을 활용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선수'들이다. 오래 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위 말하는 '약빠는 콘텐트'를 만들어냈던 재야의 고수 출신이 많다. 장윤석 대표는 이들을 영화 '300'에 나오는 전사에 비유하기도 한다.

에디터들이 일하는 공간을 둘러봤다. 스냅백을 쓰고, 이어폰을 끼고 자유롭게 일한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기타를 치기도 하며, 재미삼아 드론을 날리기도 한다. 근무 시간 중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플랫폼 기업이 되면 콘텐트를 생산하는 에디터의 중요성은 줄어드는 게 아닌가'라고 묻자 장 대표는 오히려 “에디터를 더 늘려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콘텐트 타이프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구현을 하려면 에디터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샐럽처럼 유명해진 에디터가 생기고 있다. 에디터는 앞으로 네이티브 애드와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체계적으로 광고 상품을 만들어 스타 에디터가 우리 플랫폼 안에서 인센티브를 가져가게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피키캐스트의 에디터는 새로운 인기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디터 선발 기준은 무엇일까. 장 대표는 “사람들이 원하고 좋아할만한 콘텐트를 제작할 감각이 있나를 중점적으로 본다. 채용을 하면서 실제 역량을 평가하고 정성적인 평가를 한다. 영상 포토숍 등 툴은 사용 교육만 하면 금방 배운다”고 했다.

기존 미디어는 취재기자, 사진기자, 편집기자가 나뉘어져 있다. 피키캐스트에서는 때때로 그래픽 디자이너로부터 조언을 받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에디터가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낸다. 장 대표는 "글과 이미지와 영상 중에서 앞으로 영상이 훨씬 강화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한 명이 다 할 줄 알면 제일 좋다. 내 정보는 내가 제일 잘 안다. 나눠져서 일하면 전문성은 더 생기지만 본질이 왜곡되기도 한다. 영상 이외에 음악도 넣고, 인터랙트브 기획도 넣어야 한다. 콘텐트 생산자는 이런 툴을 잘 다뤄야 한다. 에디터는 다 한다. 그렇게 교육한다"고 말했다.

◇저작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피키캐스트는 2013년 시작했다. 각종 유머 게시판에서 검증된 재밌는 정보를 한 곳에 모아서 보여줬다. 장 대표는 “큐레이션 서비스에서 저작권 이슈는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의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도 큐레이션에서 시작해 비율을 늘려간다. 우리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이미 자체 제작이 반을 넘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저작권 문제 해결에 더욱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JTBC를 비롯해 영화 배급사, 연예 매니지먼트사와 제휴를 맺고 콘텐트를 활용한다. 또 콘텐트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저작권 문제를 점검한다. 제휴를 맺고, 최대한 원작자를 찾아내 이용허락을 받거나 구매를 하는 등 콘텐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한다는 게 피키캐스트의 방침이다.

장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이 애매한 경우가 있다. 이같은 콘텐트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증여를 통해 해결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