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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의료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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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기도 양평 양서초등학교 전교생과 교직원이 18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치료에 힘쓰는 경기도 화성 동탄성심병원 의료진에게 응원의 편지를 썼다. 6학년 학생들이 담임선생님과 함께 “힘내세요”라며 하트를 그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메르스 예방과 치료에 힘쓰는 의료진 여러분, 진정 당신이 애국자입니다. 힘 내십시오!’

 1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입구에 이런 현수막이 걸렸다. 동탄1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이 달아놓은 것이다. 전날부터 이 병원 안팎에 걸린 현수막은 모두 6개. 의료기기 업체 ㈜레이언스가 17일 오후 ‘메르스 확산 방지에 힘쓰는 동탄성심병원 교직원들을 응원합니다’고 내걸자 인근 주민들이 나섰다. 이날 저녁 무렵 동탄 시민방범 순찰대1~4동(연합대) 대원들이 정문에 내건 현수막은 의료진을 더 감쌌다.

 ‘그대 같은 분들이 있기에 미래가 밝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는 붉은 색으로 강조했다. 18일 오전에는 주민자치회가, 오후에는 생활축구연합회가 가세했다.

 지난달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되면서 메르스 확진환자가 생겼거나 거쳐간 병원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경계에서 응원으로 달라졌다. 동탄성심병원의 경우 메르스 확산 초기엔 “왜 그런 환자가 오게 내버려 뒀느냐” “사실을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는 인근 주민의 항의가 병원에 빗발쳤다.

 확진환자가 나온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인근 주민들은 병원을 경계했고, 병원 근처로 가지도 않았으며, 의료진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의료진이 감염을 무릅쓰고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알려지면서다. 결정적 계기는 ‘저승사자들이 내 환자 근처에도 못 오게 하겠다’는 동탄성심병원 중환자실 김현아(41) 간호사의 편지였다. <본지 6월 12일자 1, 6면>

18일 한 시민이 서울 을지로 국립 중앙의료원에 보낸 떡 상자. “응원합니다, 힘내세요!!”라고 적혀 있다(위 사진 왼쪽), 메르스 의료진을 응원하는 손글씨 사진을 한 시민이 서울시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위 사진 오른쪽), 경기도 화성시 동탄생활축구연합회가 18일 동탄성심병원 의료진을 격려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의료진은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현수막을 보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아래 사진). [오종택 기자]

 동탄생활축구연합회 김상욱 사무차장은 “의료진이 이렇게 고생할 줄 몰랐다. 의료진에게 힘을 주고 싶어 현수막을 걸었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도망가지 않고 싸우는 의료진 전사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18일에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초등학교 전교생과 교직원들이 동탄성심병원 의료진에게 격려의 편지를 보냈고 익명의 시민은 토마토 4박스를 보냈다.

6학년 김혜원양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한테 가신다는 것이 정말 존경스러워요”라고 썼다. 1학년 조민아양은 “의사 선생님, 간호사 언니에게.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라며 삐뚤삐뚤한 필체로 편지를 썼다.

 ‘메르스 전쟁 본부’인 국립중앙의료원과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은 메르스 확산 초기 주민들에게 더 심하게 냉대를 받던 곳이다. 여기에도 주민들의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익명의 시민이 ‘응원합니다. 힘내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떡 상자를 국립의료원에 보냈다. 인근의 한 대기업은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다른 기업은 공기청정기를 기증하겠다고 나섰다.

16일 밤늦게 수원병원에도 ‘우리가 함께 당신을 응원합니다’는 현수막이 걸렸고 다음날 수제과자 상자 50개가 배달됐다. 현수막을 내건 수원시새마을회 김봉식 회장은 “지금 제일 힘든 사람이 의료진 아니냐. 손가락질 하지 말고 격려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을지대병원에는 최근 며칠 사이에 12군데 기업·기관이 포도·토마토 13박스, 음료 5박스, 떡 15박스, 빵 300개 등을 보냈고 충북대병원에는 발전후원회가 500만원, 충북도의사회·충북대의대동문회가 각각 200만원을 기부했다. 김현아 간호사는 “그동안 몸과 마음이 지쳐 서있기조차 힘들었는데 주민들이 현수막과 선물로 응원하면서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해주셨다. 힘을 실어 주신 두 발로 이 자리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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