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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300번 넘겼다, 39세 이호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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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호준은 1996년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한 뒤 20시즌 만에 300홈런 고지를 밟았다. 지금까지 8명의 선수밖에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꾸준히 걸어온 결과다. [사진 NC 다이노스]

이호준(39·NC)이 힘차게 배트를 휘두르자 수원 kt위즈파크는 얼어붙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관중석의 팬들(3101명)이 숨죽이며 타구를 바라봤다. 쭉쭉 뻗은 공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자 NC 팬들은 물론 상대 팀인 kt 팬들도 모두 일어나 그의 홈런을 축하했다. 이호준은 고개를 숙이며 다이아몬드를 돌았지만 하얀 미소까지 숨기진 못했다.

 이호준이 18일 1회 초 무사 2루에서 kt 정성곤으로부터 투런포를 터뜨리며 KBO 리그 8번째로 통산 300호 홈런을 기록했다. 최고령 300홈런(39세4개월10일)의 주인공이 됐다. 이호준은 1994년 해태에 입단한 후 홈런 타이틀을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지만, 나이를 먹어도 불꽃 같은 타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호준이 마흔 살 가까운 나이에도 젊은 선수들과 파워를 겨루는 건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이다. 엄살을 떤다고 할 만큼 유난히 몸을 챙기는 덕분에 프로 22년 동안 큰 부상 없이 활약하며 두 번이나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터뜨렸다. 아내 홍연실(37)씨는 허리가 아픈 남편을 위해 손톱·발톱을 깎아주고 신발 끈까지 대신 매줄 만큼 지극정성으로 내조했다. 해태와 SK(2000~2012년)를 거쳐 2013년 NC로 이적한 그는 올 시즌 15홈런(9위)·67타점(1위)을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대기록 작성에 앞서 이호준은 “이승엽(삼성·39)이 400홈런을 쳤는데 300홈런은 뭘…”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30일 광주 KIA전에서 299호 홈런을 날린 뒤 슬럼프에 빠졌다. 이후 14경기를 치르는 동안 타율 0.227, 타점 3개에 그쳤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300홈런을 앞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김경문 NC 감독은 “(홈런이) 꼭 빨리 나올 필요가 있느냐”며 그를 다독였다. 15경기 만에 홈런을 터뜨린 이호준은 “체했던 게 내려간 기분이다. 내가 300홈런을 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지금까지 뛸 기회를 주신 NC 구단과 김경문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나는 복 받은 선수”라고 말했다.

 kt에 2연패를 당했던 NC는 1회에만 5점을 뽑았다. 2회에도 나성범의 2타점 2루타와 이종욱의 적시타로 3점을 추가하며 승기를 잡았다. kt가 3회 4득점하며 추격했지만 NC 선발 손민한이 5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버텼다. 이후 김진성·임정호·최금강이 이어 던진 끝에 NC는 kt를 9-4로 이겼다. 손민한은 시즌 7승(4패)째를 거뒀다.

 넥센 박병호는 서울 목동에서 열린 롯데전 0-0이던 1회와 7회 투런포를 날렸다. 시즌 20·21호 홈런을 때린 박병호는 삼성 나바로와 함께 홈런 공동 2위(1위는 롯데 강민호·23개)에 올랐다. 4타점을 몰아친 박병호는 6-0 승리를 이끌었다. 넥센 선발 밴헤켄은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8승(3패)째를 올렸다.

 두산은 대구 삼성전에서 6-3으로 역전승, 삼성을 하루 만에 끌어내리고 선두에 복귀했다. 두산 선발 김수완이 2이닝 2실점으로 무너졌으나 윤명준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 김재호는 5타수 4안타를 때렸다. 대전에서 SK는 연타석 홈런(4, 6회)을 날린 이재원의 활약으로 한화를 7-2로 이겼다.

수원=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프로야구 전적(18일)

▶LG 5-3 KIA ▶넥센 6-0 롯데 ▶NC 9-4 kt
▶두산 6-3 삼성 ▶SK 7-2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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