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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증기금 ‘명량’ CG 기술 등 166건 중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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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기술보증기금(기보)이 ‘기술중매쟁이’로 거듭나고 있다. 기술을 보유한 공공연구기관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반 기업을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새 시스템이 위력을 발휘하면서다.

 17일 기보에 따르면 기보의 지난해 기술이전 중계건수는 166건으로 2013년(43건)의 4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기술이전계약액도 63억원으로 2013년의 24억원에 비해 173% 급증했다. 괄목상대할만한 실적 변화는 지난해 서울과 대전에 기술융합센터가 신설돼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간 매칭 시스템(KTMS)이 가동되면서 가능해졌다.

 KTMS는 사업체의 수요와 연구기관의 공급이 맞아 떨어지는 기술들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기보는 기술을 보유한 공공연구기관 등에서 공급 가능한 기술 현황을, 거래 중소기업 등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수요를 조사해 KTMS에 한꺼번에 입력시킨 뒤 ‘교집합’을 찾아냈다. 이는 개방과 소통을 강조하는 정부3.0 패러다임에 따라 새롭게 개발된 시스템이다.

 기보는 한국의 기술이전 및 기술사업화 부진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공공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은 19만건에 달하지만 이 중 15만4000건이 그냥 잠자고 있는 ‘휴면기술’이다. 좋은 기술들이 사업화를 진행할 업체를 만나지 못해 사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어떤 기술들이 존재하는지 자체를 알지 못해 이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KTMS 덕택에 기술 수요·공급처들이 필요로 하는 상대방을 보다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KTMS는 기업정보 검색모듈(1단계), 유사도측정 및 추천 (2단계), 통계분석 모듈(3단계)로 구성돼 있다. 6월14일 현재 KTMS에 축적돼 있는 공공연구기관 기술은 7만7875건이고 기업들의 기술 요청건수는 1970건이다.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 중 기술등급 BBB 이상 기업이 40%에 달한다. 기보 관계자는 “기업과 수시로 접하는 일선 영업점에서 기업의 기술사업화능력을 파악해 수요를 발굴하기 때문에 기술등급이 우수한 기업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영화 ‘명량’의 컴퓨터그래픽(CG)제작사인 매크로그래프도 이 시스템을 통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3D영상제작 관련 기술을 알게 돼 5년간의 이용계약을 맺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특수효과 제작기간이 기존의 3분의 1로 단축된다. 기술이용료도 총 1000만원으로 그리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이 업체는 이 기술을 개봉을 앞둔 영화 ‘연평해전’에 이미 사용했고, ‘명량’의 후속편 격인 ‘노량’ 등에도 사용할 방침이다.

 기보는 단순 연결 뿐 아니라 업체가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쉽게 빌릴 수 있도록 지식산업(IP)인수보증도 대폭 확대했다. 기보의 IP인수보증 공급액은 2013년 48억원에서 지난해 222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김한철 기보 이사장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7월7일 대구와 부산에 기술융합센터를 추가로 신설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국가 기술개발 성과물에 대한 기술이전 및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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