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소양강댐, 수위 150m 사수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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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난 저수지 … 수몰됐던 논까지 드러나 올 초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경기·강원지역에 현재까지 내린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강화도를 비롯한 서해 섬 지역에서는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 농업용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농민들이 14일 강화도 난정저수지에 양수기를 설치한 뒤 바닥에 고인 물을 인근 논에 공급하고 있다. [강화=신인섭 기자]

14일 오후 강원도 양구군 소양강 상류. 평소 같으면 물이 차 있을 곳이 흙바닥을 드러낸 채 쩍쩍 갈라져 있다. 많이 갈라진 곳은 폭이 2㎝에 달해 손이 쑥 들어갈 정도였다. 이날 중부지방에 비가 왔지만 이곳 강수량은 0.5㎜에 그쳤다. 찔금 내린 비는 마른 흙이 빨아들여 비가 왔다는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배가 들어오던 청평사 선착장은 폭 1m 실개천으로 변했다. 관광객들은 원래 선착장에서 500m 떨어진 새 선착장에서 내려 걸어와야 한다.

 중부지역 가뭄이 한층 심각해졌다. 주말에 기대했던 비는 10㎜를 넘지 않았다. 북한강 소양강댐 수위는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태세다. 이 상태가 이어지면 이달 하순께 발전을 중단해야 한다. 수도권 생활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14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이날 소양강댐 수위는 152.6m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인 1978년 6월 24일의 151.93m와 불과 67㎝ 차이다. 지난 11일부터 물 방류량을 종전 1초당 102~103t의 절반 수준인 52~53t으로 줄였지만 수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수위가 150m 아래로 내려가면 발전을 할 수 없고 생활용수를 뽑아 쓰는 것도 제한된다. 하지만 당분간 충분한 비는 내리지 않을 전망이다. 15~16일에 많아야 20㎜ 정도가 내리고, 그 뒤 24일까지는 비 소식이 없다. 소양강댐관리단 김한섭 운영차장은 “50㎜ 이상 비가 와야 소양강댐 수위가 오른다”며 “예보대로 가뭄이 계속되면 이달 하순께 발전을 멈추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한강 충주댐도 비상이다. 13~14일 강수량이 10㎜ 정도에 그쳐 수위가 계속 내려가고 있다. 현재 115.13m로 94년 6월 말 기록한 최저 수위 112.28m와 2.85m 차이다.

 북한강 소양강댐과 남한강 충주댐에 물이 줄면 수도권 생활용수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부터 춘천·의암·청평댐 등 소양강댐 하류 쪽의 방류량을 늘렸다. 수도권 식수원인 팔당에 충분한 물이 공급되도록 하려는 조치다. 물이 부족하면 팔당 수원지에 녹조현상 등이 생길 수도 있다.

 생활용수는 댐 방류량을 늘려 해결했지만 농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에서는 일부 논 주인이 논을 갈아엎었다. 주민 송근배(59)씨는 “논에 댈 물이 없어 밭작물을 가꾸려고 갈아엎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단콩의 고장인 경기도 파주시 통일촌마을 이완배(62) 이장은 “13~14일 내린 비로 밭에서 먼지는 나지 않게 돼 콩을 심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워낙 가물어 콩이 제대로 자랄지는 자신 없다”고 말했다.

 채소 값은 뛰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기준 전국 평균 배추 도매가격(상품 1㎏당)은 800원으로 1년 전의 2.5배가 됐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양파는 1년새 90%, 마늘은 73% 올랐다. 대부분 채소가 지난해 가격 폭락을 겪는 바람에 올해 재배 면적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뭄이 겹쳐 값이 폭등했다 .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 가뭄대책비 61억원에 예비비를 더해 총 348억원을 투입, 우물을 파고 차량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 소양강댐관리단 김대수 환경차장은 “수도권 주민들이 물을 아껴 쓰는 시민의식을 발휘하면 가뭄이 생활용수난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춘천·파주·세종=박진호·임명수 김원배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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