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 메르스 와중에 미군 탄저균 실험 기지 찾은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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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14일 '살아 있는 탄저균 배달 사고'가 발생했던 경기도 오산 미군 공군기지 항공의학 전대(戰隊)를 방문했다고 국방부가 이날 밝혔다. 지난달 28일 미 국방부의 발표로 처음 탄저균 사건이 터진 이후 국방부 장관이 이 곳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오산기지 항공의학전대에 수용중인 메르스 예방관찰자 격리병동을 찾은 한 장관은 이와 별도로 오산 기지에서 테런스 오샤나시(중장) 주한 미 7공군 사령관을 만났다.

7공군 사령부 측이 지난달 28일 미 국방부의 발표로 처음 드러난 탄저균 배달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전했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생물학전 능력이 있고 생물학전 위협도 항상 있는 만큼 미군의 '주피터(JUPITR·연합 주한미군 포털 및 통합위협인식) 프로그램' 같은 것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면서도 "다만 그런 과정에서 관련 정보 공유와 절차 투명성 측면에서 (미군이 한국 측에) 더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유타주에 있는 미군 연구시설인 더그웨이 연구소가 죽거나 비활성화되지 않고 살아 있는 탄저균을 한국의 오산 공군기지와 미국 내 9개 주에 보냈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 발표 직후 주한미군 공보실은 당시 해명 자료를 내고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샘플의 노출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한 신중한 예방 조치를 실시했다"며 "일반인들에게는 어떠한 위험도 노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공보실은 또 "훈련에 참가했던 22명의 요원들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모든 요원들에게 검사, 항생제, 백신을 포함한 적절한 의료 예방조치가 취해졌다"며 "어느 누구에게서도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시 하루 뒤 주한미군사령부는 "탄저균 관련 실험 훈련을 (한국 땅에서) 이번에 처음 실시했으나 논란이 제기되면서 전격 중단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사령부는 최근 오산의 공군 기지에서 주한미군 합동 위협인식 프로그램의 일환인 생물방어 실험훈련을 사상 처음 시작했으나 탄저균 관련 추가적인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전격 중단했다고 말했다.

당시 실험 훈련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배송된 탄저균 샘플이 비활성 상태이고 유해하지 않다는 가정하에서 균 식별 및 탐지역량 용도로 진행됐다고 사령부는 강조했다. 사령부는 "이번 실험 훈련은 (주한미군이) 최초로 실시한 것"이라며 "한·미 동맹군 보호, 대한민국 국민 방어에 필요한 주한미군사령부의 역량 향상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사령부는 또 "현재 실제 사용되고 있는 장비 및 새로 도입될 체계들을 운용해 현장에서 독극물 및 병원균 식별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훈련 목적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령부는 "현재 한국 국민 및 오산 공군기지의 군인 및 가족들에게 이번 사안에 따른 어떠한 추가적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탄저균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을 만나 이례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카터 장관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카터 장관은 "현재 사건을 조사하고 있고, 조사결과를 한국 측과 신속히 공유하겠다"며 "탄저균 배달 사고와 관련자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한 장관은 카터 장관에게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관련 정보를 공유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지난 10일 탄저균 배달 사고와 관련해 처음으로 범정부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7월에 열리는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 연례회의를 계기로 탄저균 배달 사건을 의제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탄저균 배달 사고를 계기로 SOFA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행 SOFA 9조5항(통관 및 관세와 관련 조항)에 따르면 '명령에 따라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미군 구성원, 공용봉인(봉인)이 있는 미국 군사우편, 미군 군대에 탁송되는 군사화물은 세고나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역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한 미군 관련 탁송품의 세관 검사를 하는 방향으로 SOFA 조항을 평등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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