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 인준, 여당 단독 보고서 뒤 표결 처리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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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광수 전 병무청 군의관(오른쪽)이 10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10일 끝나면서 여야가 총리 인준 절차에 착수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신임 총리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컨트롤타워가 되려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본회의에서 표결까지 마치려면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그 이전에 채택해야 한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경과보고서 채택에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분단 대한민국에서 총리가 되려면 병역에 떳떳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병역 기피 의혹 하나만으로도 황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야당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박범계 의원은 “여러 가지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경과보고서를 채택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경과보고서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총리 인준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만 여당으로선 단독으로 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인사청문특위는 여당 7명, 야당 6명으로 여당 단독 채택이 가능하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 이완구 전 총리 때처럼 여당 단독으로 보고서를 채택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야당이 대승적으로 협력해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야당은 황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사 표시로 경과보고서 채택엔 협조해주지 않더라도, 본회의 표결에 불응하거나 시간을 끌진 않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메르스의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발목을 잡기 어렵고,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더라도 본회의 표결은 응하자는 주장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야당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와중에 충분히 반대 여론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며 “황 후보자가 메르스 덕을 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이완구 전 총리 임명 과정이 반복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당시에도 여당 단독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뒤 여야가 본회의에서 표 대결(찬성 148명, 반대 128명, 기권 5명)을 벌여 이 후보자를 인준했다. 본회의 표결 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160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황 후보자에 대한 총리 인준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인사청문회법상 황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14일까지 국회 본회의 처리를 마쳐야 한다.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5월 27일)한 지 20일 이내에 인준을 마쳐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하지만 13~14일이 주말이라 12일(금)이 사실상 ‘데드라인’이다.

 이날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엔 황 후보자는 출석하지 않고 증인·참고인들이 나왔다. 야당은 황 후보자가 몸담았던 법무법인 태평양의 강용현 고문을 상대로 황 후보자가 맡았던 ‘사면 관련 사건’ 의뢰인이 누구냐고 캐물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사면 사건의 의뢰인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전 세중나모여행 회장 아닌가.”

 ▶강용현 태평양 고문=“구체적인 사건은 모른다.”

 ▶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천 전 회장과 거래한 적은 없나.”

 ▶강 고문=“전혀 알지 못한다.”

 법조계 증인들의 소극적 증언이 이어지자 박범계 의원은 “정말 울고 싶다. 현직 법무장관을 검증해야 하는데 (법조인 아니면) 누가 도움을 주겠나. 무서워서 검증하겠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황 후보자의 경기고 동창인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에겐 황 후보자가 병역 면제를 받은 사유인 ‘담마진’(두드러기 일종) 증상이 고교 시절부터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노 전 의원은 “고교 때 대화를 나눌 정도의 친분이 있었지만, (담마진을 앓았다는 얘기는) 지난번 장관 청문회 때 처음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청문회엔 국정원 댓글사건 당시 황 후보자와 갈등을 빚던 중 혼외자 의혹으로 사퇴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참고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글=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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