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 위해 봉사하다 통증 경감 주사기 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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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주사 맞을 때마다 아파 죽겠어. 주삿바늘 들어갈 때도 아픈데 주사기 몸체까지 왜 이리 뾰족하게 만들어놔서 자꾸 긁히는지….”

 서울대 뇌과학협동과정(뇌인지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박정빈(24·사진)씨는 치매노인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예방접종 주사를 맞는 노인들의 고통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문제는 각진 모양의 주사기 ‘허브’였다. 허브는 주삿바늘과 주사기를 연결해주는 부품이다. 탈부착을 쉽게 하기 위해 각진 십자 날개 형태로 제작된다. 피부가 얇은 노인들은 주사를 맞을 때마다 이 허브에 피부를 긁혀 상처가 나기 일쑤였다. 화상이나 베인 상처, 피부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은 더 고통스러워 했다.

 박씨는 어떻게 하면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수업이 끝나면 늦은 밤까지 연구실에 혼자 남아 주사기 허브 모양을 바꿔가며 실험했다. 수차례 자신의 팔에 직접 주사를 놓으며 어떤 모양의 허브가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한 달에 걸친 노력 끝에 박씨는 주사기 허브의 각진 날개 부분을 둥글게 처리해 살갗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고통 경감 주사기’를 발명했다. 이 주사기로 지난해 11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대학창의발명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올 1월엔 특허까지 획득했다.

 박씨가 주사기 발명에 몰두한 데는 치매 진단을 받고 지난 2013년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박씨는 “ 외할아버지를 간호하면서 치매로 고통받는 노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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