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쏟아지는 수익형부동산 걱정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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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서울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근처에 한방 테마상가 4개 건물이 우뚝 서 있다. 동의보감·불로장생타워·한방천하·동의보감타워라는 건물로 2003~05년에 완공됐다. 분양 당시 인기가 꽤 좋아 일부 상가는 경쟁률이 10대1이 넘었다. 10~20㎡형 단위로 분양된 이 상가의 평당 분양가는 1000만~3000만원 정도였다.

 투자자들은 당시 임대 수익률이 20%가 넘는다는 분양회사의 말을 듣고 꿈에 부풀어 있었다. 주변 한약재상들이 이곳으로 들어와 영업을 할 것으로 믿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 4개 상가 모두 정상적인 영업이 안된다. 한방천하·동의보감타워는 아예 문을 닫았다. 다른 상가도 분위기가 썰렁하다. 일부 층에 한방과 관련없는 업종이 영업 중이지만 나머지는 텅텅 비어있다. 테마상가에 부담을 느낀 기존 상인들이 이주를 꺼려서 그렇다.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 황금알을 낳는다든 수익형 테마상가는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공급 과잉 탓이다. 한방 상권이 형성돼 있는 곳에다 엄청난 상가를 지었으니 배겨날 재간이 없다. 결국 투자자들은 쪽박을 차고 말았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시행사 농간에 놀아났던 투자자들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상가 뿐만 아니다. 같은 처지가 된 오피스텔도 엄청나다. 인기지역을 제외하면 분양사가 제시했던 수익률은 한갓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꿈의 도시 인천 송도 신도시에서도 공급 과잉에 따른 후유증이 심하다. 시행사 부도로 어려움이 많았던 센트로드는 빈 사무실이 수두룩하다. 분양사나 중개업소들의 얘기와 달리 실상은 우울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금도 수익형 부동산은 수없이 쏟아진다. 황금성이 좋다는 아파트라고 온풍지대가 아니다. 1~2년 전에 분양된 수십만 가구의 아파트가 완공되면 비슷한 신세가 될지 모른다.

 중국 수요를 겨냥해 홍수 출하된 전국 곳곳의 분양형 호텔은 온전할지 걱정된다. 공급이 너무 많아 객실 가동율이 떨어지고 있는 판에 메르스 파동으로 외국 관광객이 확 줄어 파장이 만만치 않을 듯 싶다.

 이런 마당에 서울 상암동·여의도 파크윈·양재동 파이시티 같은 대형 개발사업을 다시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3개 프로젝트의 건축 연면적 규모는 210만㎡로 63빌딩의 13개 규모다. 지금 처지로 볼 때 과연 이 많은 공간을 다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다가 삼성동 한전부지를 비롯한 수없는 대형 개발사업이 대기하고 있어 개발도상국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의 여건으로 볼 때 공급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이대로 가면 신축·기존 시장 둘 다 큰 피해를 입는다. 수요는 되레 감소하는 마당에 공급을 늘린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개발보다 기존 자산 관리를 통해 공생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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