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사망사건, 검찰 무기징역 구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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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7년 전 발생한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의 범인으로 구속 기소한 스리랑카 근로자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대구지검은 8일 대구고법 제1형사부 심리로 열린 이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사실상 법정 최고형을 요구했다.

지난해 5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검찰이 2013년 9월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영대 대구지검 제1차장검사는 8일 "믿을 만한 증인의 증언을 통해 1심에서 규명하지 못했던 사건 당일 6시간(오후 11시~다음날 오전 5시)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며 "재수사 결과 A씨 죄질이 나빠 무기징역 등 중형 구형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음달 16일 열릴 항소심 선고에서 유죄를 기대하고 있다. 물적 증거는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없지만 형사소송법에 있는 '특신 상태(전문 증거력이 있는 믿을 수 있는 상태)'의 증인 진술로 17년 전 6시간을 모두 찾아 공소장에 담았기 때문이다. 사건 재구성을 위해 검찰은 검사 5명으로 별도 팀까지 꾸려 수사를 벌여 왔다.

증언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검찰은 증인을 지난 4월 비공개로 두 차례나 재판부 앞에 세웠다. 검찰 측 증인은 외국인으로 범죄 전력이 없고 1990년대 중반부터 대구에서 기업체 간부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면 2001년과 2005년 스리랑카로 각각 돌아간 또 다른 범행 가담자 2명에 대해서도 국내 소환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축제를 마치고 귀가길에 사라진 대구 여대생은 1998년 10월 속옷이 벗겨진 채 고속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직접적 사인은 교통사고였고, 이 사고를 유발한 범인들이 스리랑카 근로자들이라고 검찰은 봤다. 3명의 근로자들이 사고 직전 돌아가며 여대생에게 몹쓸짓을 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씨는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계속 혐의를 부인해 왔다. 변호인 측은 검찰이 앞세우는 증인의 증언에 대한 진실성을 문제삼고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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