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만큼이나 전염성 강한 괴담, 한미 닮은 꼴

중앙일보

입력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강타 당한 한국이 지난해 에볼라가 번졌던 미국과 '괴담 닮은 꼴'이다. 유언비어가 번지며 민심이 흉흉해지는 점에서 지난해 가을 미국이나 지금 한국이나 유사하다.

한국의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는 병원 명단이 무차별적으로 돌며 피해를 입은 병원이 해당 글을 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SNS에선 바세린을 콧속에 바르거나 양파를 집안에 놓으면 바이러스를 막는다는 근거 없는 예방법이 돌았다.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도 ‘카더라 통신’과 ‘가짜 예방법’이 횡행했다. “표백제를 마시면 에볼라 바이러스가 사라진다”부터 “뱀 독이 에볼라 치료약”이라는 위험한 주장이 속출했다. 일부는 가짜 트윗을 올려 에볼라 공포를 악의적으로 확산시켰다.

“도리토스(과자)를 만드는 공장 근로자들이 에볼라에 감염돼 과자 포장지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묻었을 수도”라는 CNN 방송 계정의 트윗이 돌았는데 CNN을 사칭한 허위 주장이었다.

음모론 괴담은 미국이 더 심각했다. “에볼라는 미군의 생물 무기”로 출발해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도 (에볼라가 만연한) 아프리카 흑인들의 고통을 같이 당해야 한다고 생각해 방역에 소극 대처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노예 제도를 속죄하기 위해 감염 위험성이 높은데도 아프리카 미군 병력을 보낸다”는 희한한 주장이 SNS를 달궜다. 일부 극우 보수 평론가들도 오프라인에서 ‘오바마 음모론’을 공개 주장했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각종 유언비어가 확산되는 이유는 모두 초기 대처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환자를 치료한 간호사가 에볼라에 걸리며 공황이 시작된 미국이나, 환자가 다녀간 병원에서 의사가 감염돼 충격이 커진 한국이나 비슷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바이러스 확산으로 공포가 번지는데 상황 판단과 미래 예측을 위한 정확한 정보는 부족한 틈을 노려 유언비어가 비집고 들어왔다.

미국 인터넷과 SNS를 달궜던 에볼라 괴담은 오바마 대통령과 정부가 적극적인 대처를 보여주고, 지난해 연말 에볼라 전염 차단에 성공하며 썰물처럼 사라졌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사진: 메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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