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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메르스, 변종 아니다 … 중동 것과 99.55%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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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선별진료실을 방문한 한 외국인이 접수처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메르스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한 국립중앙의료원은 공기 중 바이러스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음압 병상 18개를 갖추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내에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가 중동 지역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의 변종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6일 브리핑에서 “메르스 2번 환자에서 채취한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하는 유전자 염기 서열을 나타냈다. 변종이나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전자 변이가 없다는 것은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간 메르스 확산 속도가 빠르고 광범위해서 국내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중동이나 미국·영국 등에서 발견된 기존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일어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0일 1호 메르스 확진 판정 이후 18일간 64명이 확진됐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해외의 메르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메르스가 더 위험해지거나 전파가 더 쉬워지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바이러스 변이 검사는 2번 환자의 검체에서 채취한 바이러스로 이뤄졌다. 국립보건연구원은 2번 메르스 환자의 객담(가래)을 채취해 바이러스를 분리해 배양한 뒤 전체 유전체 염기 서열을 완성했다. 유전체 염기 서열은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지니고 있는 최소 정보 단위의 순서다.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체의 염기는 3만여 개다.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행했던 첫 메르스 바이러스와 99.55% 일치했다. 2012년 메르스가 첫 발견된 사우디아라비아 환자로부터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의과학연구소(EMC)가 처음으로 분리한 바이러스다.

 또 그간 알려진 메르스 바이러스 55개 유전자 정보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 분리주(2013년)와는 99.82%로 가장 높은 일치를 보였다. 브리핑에 배석한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바이러스학에서 일치율 99.55%나 99.82%는 같은 바이러스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유전자 염기 서열 정보를 국내의 바이러스 관련 학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네덜란드 EMC 등 바이러스 전문연구기관에 보냈다. 이주실 국립보건연구원장은 “각 기관으로부터 ‘이것은 특별한 변종이 아닌, 지금 중동지역에서 유행하는 메르스 바이러스와 같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이 2번 환자가 보유한 바이러스를 분석한 것은 첫 환자의 검체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해 배양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메르스 확진 1번 환자의 바이러스도 실험했으나 바이러스의 배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1번 환자는 바이러스 양이 많아 38명을 감염(2·3차 포함)시킨 ‘수퍼 스프레더’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염기 서열을 분석하려면 바이러스의 양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가검물 채취 시점이나 환자의 개인 특성에 따라 바이러스 배양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확진환자의 부인인 2호 환자는 비교적 상태가 양호했고 완치돼 지난 5일 퇴원했다.

 혹시 최근에 확진된 다른 환자들을 감염시킨 바이러스는 변이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도 가능하다. 하지만 송 교수는 “지금 이 정도 전파력이면 동일한 바이러스에서 나온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가 잘 된다고 하더라도 한두 단계를 거치면서 바이러스의 모양이나 물리적 특성, 전파력 등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중국 당국도 한국인 메르스 확진자 K씨(10번 환자)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 변이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광둥(廣東)성 보건 당국이 3일 공동으로 K씨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 전염성을 강화하는 등의 변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6일 보도했다. K씨에게서 발견된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메르스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중국은 K씨의 확진 판정 후 5일 만에 유전자 분석을 완료하고 관련 자료를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의 유전자정보은행에도 등록했다.

글=박현영 기자,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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