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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정권교체의 뿌리를 내린다|헌법교육 강화를 보고…|덮어놓고 현제도 바꾸기 보다|운용의 묘 살려 보는것이 우선|헌법에 자부심 갖고 파행없는 헌정사 이뤄야|박일경<명지대총장·헌법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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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헌법은 국가의 최고법이기 때문에 국민 중에는 헌법이 일상 생활과 거리가 멀거나 별로 관계가 없는 것갈이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듯 하다. 그러나 실은 헌법이 국가의 최고법이란 바로 그 사실때문에 국민의 일상생활은 직접 또는 간접으로 헌법에 의해 규율된다. 간단한 예를들면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면 납세나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아니한다든가, 원칙적으로 영장이 없으면 체포되지 아니한다는것등이 바로 그런것들이다.
어렵게 말하면 헌법은 국가의 최고수권규범 내지 최고제한규범으로서 모든 국가생활·샤회생활을 직접·간접으로 규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국가의 모든 국민은 그들의 헌법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이해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관점에서 지난달 18일 문교부장관이 시·도교육감에게『고등학교 사회과 교과목표에 따라 정치·경제·사회·문화현상을 올바르게 이해시키고 특히 헌법조항과 관련되는 내용을 지도함에 있어 정확을 기해주기』를 공문으로 당부한것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문교부가 고교의 『정치·경제』(구교과서) 및 『사회I』(신교과서)가운데 대통령의 7년단임제와 평화적 정권교체 실현의지에 대한 내용을 보다 철저히 지도하도록하는 헌법교육강화방침을 최근 전국교육감 및 교육구청장·교육장 회의에서 시달한 것은 최근 일부에서 런법에 명시된 대통령단임제정신을 잘못 이해하거나 평화적 정권교체 실현의지에 의혹을 갖는 듯한 논의가 있음에 비추어 시의에 맞는 적절한 처사라고 믿는다.
흔히 우리는 우리의 헌정사가 영광의 길이었다기 보다 가시밭의 길이었다고 하거니와, 그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제헌이래 제4공화국에 이르는 31년동안 한번도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한데 있다고 하겠다. 1952년의 제1차 개헌과 1954년의 제2차 개헌은 당시의 대통령의 재선 내지 영구집권을 위한것이었고, 1961년의 5·16군사혁명은 문자그대로 초법적인 헌정중단이였으며, 1969년의 제6차 개헌과 1972년의 10월유신및 그에 따른 제7차 개헌은 당시의 대통령의 3선 내지 영구집권을 위한 것이었다.
물론 이들 개헌에는 약간의 합리적이유가 있기도 하였지만 그 주요원인이 1인의 장기집권에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것이 우리 헌정의 민주적발전에 가장큰 암적 존재였음은 슬픈 일이지만 인정하지 않을수 없다.
그러므로 필자로서도 헌법개정요강작성 소위창의 한사람으로 참여했지만 제5공화국헌법을 마련하는데 있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어떻게 하여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는가 하는점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각국의 여러 헌법이 비교·참조되고, 안으로서는 1차중임을 허용하되 3선금지조항을 두어 이를 개정할수 없도록 하자는안(당시의공화당안·신민당안·변협안)이 있었는가 하면, 3선금지 조항을 개정할 때에는 국민의 저항권행사를 인정하자는 안(어떤 교수)의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비록 몇회든 중임제 내지 연임제의 허용은 선례에 비추어 장기집권의 폐단을 가져올 염려가 있다고해서 당시의 개혁주도세력측에서 스스로 단임제를 들고나왔다.
이것이 헌법개정심의위원회를 비롯한 국민여론의 지지를 얻게되어 최종헌법개정안에 규정된후 80년10월22일의 국민투표에서 다른 조항들과 함께 압도적 다수로 가결되어 여기에 우리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단임제가 확립되었다.
돌이켜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1차중임·연임만의 금지가 다수례에 속하며 심지어 프랑스는 7년임기에 연임 무제한임을 볼때 우리의 평화적정권교체에의 열망이 얼마나 강하고, 또 여러차례 단임정신을 강조한 통치지도층의 신념이 얼마나 확고한 것인가를 보여 준다.
그 당시 단임제로할 경우의 대통령임기가 문제되었다. 외국 예로서는 단임제로 하면서 4년 (코스타리카) 또는 5년(베네쉘라)으로 하는 경우도 있으나 4∼5년의 단임제는 대통령의 소신에따라 국책을 수립·집행·평가하는데 너무 시간적 여유가 없고 정국의 장기적 안정도 기할수없으므로 헌법개정심의위에서 고심 끝에 7년으로 한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미국을 선두로하는 다수국가와 같이 임기4년에 1차 중임하면 합계 8년이 되는데 비해 오히려 1년이 짧은것이다.
이와 함께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선 효력이 없게 하여 (제129조 제2항) 1인장기집권 시도를 근원적으로 막고있다.
이러한 규정은 세계에 그 예가 없는것으로서 이역시 평화적 정권교체에 대한 통치지도층의 확고한 신념과 일반국민의 열망을 입증하는 것이다.
문교부가 이번에 이같은 단임제헌법에 대한 교육을 특히 강화키로했다는것은 곧 정부의 평화적 정권교체의 확고한 의지를 다시한번 보여주는것이라고 해도 무방할것 같다.
헌법은 국민이 수호해야 하며 특히 나라의 장라를 짊어질 젊은 세대가 헌법을 바로 알고 헌법에 대해 자부를 갖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파행없는 헌정사를 보강하는 중요한기반이 될것이다.
그런데 근간에 대통령직선제로 하자는 의론이 간혹 들린다. 직선제와 간선제는 각기 장단점이 있다.
외국의 예로도 국회의 하원의원 선거는 거의 전부 직선제를 채택하면서도 대통령선거에 관해선 대통령제국가에서도 간선제 (미국)와 직선제(프랑스)를 채택하는 나라가 거의 반반으로 나누어지는데 이는 각국의 현실에 알맞는 제도를 택한 것이라 생각된다. 돌이켜 우리나라를 보면 제1공화국초기에는 국회에 의한 준간접선거, 제2공화국에서는 내각책임제였기 때문에 국회에 의한 준간접선거, 제4공화국에서는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한 준간접선거였다.
52년 제1차 개헌에 의한 직선제는 야당이 절대다수를 점한 당시 국회의 세력분포로 보아 국회에 의한 선거로선 재선가망성이 없던 이승만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것이었다. 제3공화국에서의 직선제는 극도의 혼란, 인적·물적 낭비, 그리고 무엇보다도 격렬한 투쟁으로인한 대립·분열·불안정·국력소모라는 큰 폐단을 낳았다.
그리하여 제5공화국헌법은 무엇보다도 북침와 대치하는 우리의 정치·사회·경제적 안전을 기하기 위해 대통령간선제를 채택했던 것이다.
정당원이 대통령선거인으로 될수있고 정당이 대통령후보를 추천할수있는 현헌법하에서는 운용의 묘를 얻으면 미국과 같이 사실상의 직선제처렴 운용될수 있을 것이다.
직·간선거제를 모두 경험한 우리로서는 덮어 놓고 제도를 빈번히 바꾸는것 보다 평화적 정권교체의 염원을 담은 현행헌법제도의 운용의 묘를 살려보도록하는 노력이 우선해야할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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