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있는 116㎏ '마법사' 블랙 "난 빠르고, 번트를 자주 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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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하지만 위트있는 마법사가 수원 땅을 밟았다. 프로야구 kt 새 외국인 타자 댄 블랙(28)이 4일 1군 무대를 밟았다.

3일 입국한 블랙은 4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됐다. 스위치히터인 블랙은 왼쪽과 오른쪽 타석에서 모두 연습을 했고, 1루에서 가벼운 수비 훈련도 했다. 조범현 kt 감독은 "타격 연습 때 좌우 타석에서 담장을 넘기던데 연습이니까…"라고 말한 뒤 "일단은 지명타자로 출전시킬 계획이다. 마르테는 대타로 준비하고, 앞으로의 타순 고민은 경기를 보면서 정할 것"이라고 했다. 블랙은 이날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블랙은 키 193㎝, 체중 116㎏의 큰 체격이다. 실제로 보면 지난해 롯데에서 뛴 히메네스나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활약중인 이대호 못지않은 위압감이 느껴진다. 블랙을 본 조 감독도 "블랙 옆에 있으니 마르테(185㎝·93㎏)가 스마트해 보인다"고 웃었다. 블랙은 한국에 대한 인상에 대해 "지금까지는 좋다. 환상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대만 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들었다. 좋은 야구를 하며 한국은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 사이 정도로 알고 있다. 이 곳에서 도전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좋은 기회다. 내 경력에서 다음 단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선택했기 때문에 왔다"고 말했다.

큰 체구와 달리 블랙은 재치가 있었다. 블랙에게 'kt 마스코트는 마법사다. 어떤 마법을 쓸 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나는 정말 빠르다. 도루도 잘 하고 번트도 자주 댄다. 점수를 많이 내는 마법을 쓸 수 있다"고 농담했다. 스위치히터인 그는 "오른손잡이지만 8살 때부터 스위치히터가 됐다. 오른손 투수가 많아 왼쪽 타석에 더 많이 들어서긴 했는데 어떤 게 낫다고 얘기하긴 어렵다"고 했다.

한국 생활에 대해 조언을 해 줄 선수도 있다. 퍼듀 대학 시절 포수였던 블랙은 롯데 린드블럼(28)과 배터리를 이뤘다. 그는 "린드블럼이 한국에 오면 미국과 전압이 다르니 변압용 플러그를 준비하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내 몸에 맞는 사이즈의 옷을 구하기 어려우니 많이 챙기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말했다. 팀 동료 마르테(32)도 지난해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함께 뛴 경험이 있다. 블랙은 "마르테의 고향인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뛰었기 때문에 미국 식당도 소개시켜주고 다른 것들도 많이 알려줬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돼서 대화를 많이 하진 못했지만 한국 투수들이 미국과 다른 스타일이고, 어떻게 연습을 하는지에 대해 알려줬다"고 말했다.

수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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