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한국 가도 괜찮나” 빗발 … 단체관광객 예약 취소 줄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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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K여행사에 1일부터 전화가 늘기 시작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문에 한국 여행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K여행사 관계자는 “이미 100여 명이 취소했고, ‘한국에 가도 괜찮느냐’고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출 부진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에 ‘메르스 쇼크’가 덮쳤다. 당장 여행·항공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2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오는 4일 입국 예정이던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 300여 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다른 국내외 여행사도 예약 취소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홍콩 방역당국이 한국을 다녀온 내·외국인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고, 일본도 관리를 강화하면서 관광객은 더 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처음에는 개인 승객 위주로 항공편을 취소했지만 2일부터 단체 관광객들이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증시에선 아모레퍼시픽·하나투어·호텔신라 등 관광 관련 종목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백화점·면세점·호텔 등 유커들이 많이 찾는 유통업계와 의료관광 특수를 누리던 병원들도 한숨짓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는 총 612만 명으로 전체 방한 외국인의 43%다. 중국 정부에서 여행 자제 등의 조치가 내려지면 손님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메르스에 대해 고지하면 고객이 불안해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소독제 비치 등 위생관리에 집중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놀이공원·워터파크·외식업계 등도 비상이 걸렸다. 혹시라도 감염될 수 있다는 걱정에 외식·나들이를 꺼리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다. 극장체인 CGV의 경우 지난달 22~23일 약 132만 명이던 관객 수가 지난 주말 121만 명으로 줄었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휴가철을 앞두고 본격적인 여행·나들이 대목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는 게 부담”이라며 “만약 장기화할 경우 소비가 줄면서 내수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3년 초 홍콩에선 사스가 확산하면서 1분기 4.1%였던 경제성장률이 2분기 -0.9%로 내려앉았다. 중국도 성장률이 10.8%에서 7.9%로 감소했다.

 중동에서 사업을 벌이는 건설·상사 업계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직원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기업은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해외 출장자가 많은 기업은 귀국 시 병원을 먼저 방문해 신체 이상 유무를 파악할 것을 당부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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