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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27명, 국회법 성토 … “유승민 관둬야 당청관계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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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인사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정부 법제처장(왼쪽)을 연사로 초청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포럼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국회법 개정 반대와 더불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왼쪽부터 법제처 제 처장·임송학 기획조정관, 김태환·김용남 의원. [김성룡 기자]
유승민

당·정·청 회의가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요구권을 명시한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청와대가 사실상 새누리당과의 협의를 보이콧할 뜻을 밝히면서다. 청와대 핵심인사는 2일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을 진행할 때 청와대는 ‘국회법 개정안은 안 된다’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당은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며 “이런 분위기하에서라면 당정이 국정 현안을 놓고 조율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다르고 당내에서도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인데, 이런 상황에서 당정회의를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도 했다.

 여권 내에선 청와대의 이런 움직임이 사실상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한 압박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날 청와대뿐 아니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도 유 원내대표에 대한 협공에 나섰다. 오전 국회에서 열린 친박계 모임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엔 의원 27명이 참석했다.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인 이정현 최고위원이 운을 뗀 ‘지도부 책임론’이 포럼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론’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기로 결의한 건 아니다. 하지만 포럼 뒤 윤상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 원내대표가 그만둬야 당·청 관계가 회복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박계뿐 아니라 비박계인 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도 협상 내용에 불만을 표하지 않았느냐”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지경으로까지 몰아간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정무특보이자 포럼 간사인 윤 의원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진 않았다.

 김태흠·이장우 의원 등 친박 강경파 의원들은 포럼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공개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의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원내대표에 대한 퇴진 요구가 새누리당에서 나온 건 이례적인 일이다. 김용남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말하는 것과 정작 갖고 오는 야당과의 협상 결과가 매번 다르다”며 “(유 원내대표에게) 신뢰성을 두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라고 했더니 국민연금이랑 연계해서 어려운 입장에 처하더니 또 엉뚱하게 밀려서 국회법이란 혹을 하나 붙이고 나왔다”며 “원내지도부가 이 부분에 대해 진솔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유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청 관계는 증세·복지 논쟁,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공론화 논란 때마다 조금씩 삐걱거렸다. 그러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 논란을 맞아 청와대의 불만이 폭발한 상황이다.

  이날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 연사로 나온 제정부 법제처장은 국회의 시행령 수정 요구권에 ‘강제성’과 ‘위헌성’이 있다고 밝혔다.

 제 처장은 “정부는 시행령 수정요구권에 강제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그래서 중앙 행정기관이 국회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근거 없이 국회법 개정으로 국회가 행정입법에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면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글=신용호·이은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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