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서 온 승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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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의 여자농구가 우울한 가을밤에 기쁨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24일 밤 중공의 상해에서부터 전해온 승전보는 도저히 되살아날길 없는 상황의 중압을 극복하고 기사회생의 위업을 이루어놓는 역사의 기적처럼 온국민의 마음을 후련하게 했다.
우리여자농구 선수들이 중공의 상해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의 최종전에서 중공을 물리치고 우승한 것은 실로 감격적인 사건이었다.
우승자체의 의미가 물론 중요한것일뿐 아니라 이대회 4연패의 위업이 더욱 값진 것이다.
중공의 거녀들을 바로 중공땅에서 물리치고 역사상 차음으로 태극기가 제일 높이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는 사실도 다만 감격스럽기만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여자 농구팀이 패색이 짙은 게임을 마지막 2분을 남기고 극적으로 역전시키고 승리했다는 사실이다.
전날 17점차로 중공팀에 패한데다 이날도 전반을 34대29, 5점차로 뒤졌고 게임종료 2분전까지 한번도 앞서지 못했던, 절대로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고 최후의 승리를 거머잡은 투혼을 상찬하는 것이다.
그같은 투혼은 뛰어난 정신역과 팀의 화합이 없이는 결고 어루어지지 못하는 결실이다.
우리가 중공팀을 이긴 사실 자체는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역대 통산전적이 8승6패로 우리가 앞선데다 한달전 LA올림픽에서 이미 우리가 승리한 것이 그걸 입증한다.
그러나 스프츠의 세계에서 승패는 오히려 엇갈리게 마련이다. 그것은 이미 손자병법이 지적한대로 병가의 상사이다.
그러나 스포츠게임의 승리는 팀의 기량이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외에 소속 국민에게 더많은 무형의 의미를 산출한다. 승리의 기쁨은 물론 자기가 소속한 집단의 동류의식을 크게 고취하며 자부와 긍지를 느끼게 할수도 었다.
그로해서 스포츠 이외에 더큰 보람과 발전의 기반을 제공할수도 있다.
국민이 패배감에 젖었을때, 사회가 불화와 혼란으로 일체감을 잃었을때 들려오는 승리의 소식은 더없이 귀중한 회생의 약방문일수 있다.
최근의 학원사태로 침울한 우리의 현실에서도 여자농구의 우승소식은 모처럼 희망의 빛줄기가 될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리가 여자농구에서 배워야할것은 성원 모두의 사랑과 협조정신이며 화합의 논리이다. ·
비록 게임의 리더는 있을지언정 사랑과 협조와 화합의 논리를 파괴하는 억압요설는 결코 팀의 승리를 가져올수 없다는 인식이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는 한국민족의 집요하고 강건한 기백을 보는 자긍심 또한 크다. 중공땅에서 10억 중공인의 시선속에서 바로 중공선수들을 물리쳤다는것이 어디 예사 일인가. 우리의 박수와 환호가 각별히 뜨거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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