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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로 심신 지쳐 면역력 바닥 … 오한·발열·근육통 초기증상 유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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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몸과 마음이 지친 중년 여성을 노리는 질병이 있다. 붉은 띠 모양의 발진과 함께 수십 개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엄습하는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을 노린다. 여성은 중년을 맞으면서 폐경이 시작되고, 신체에 변화가 시작된다. 정신적으로도 자녀 독립과 배우자의 은퇴 같은 생활환경의 변화로 스트레스가 가중되기도 한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문송미 교수는 “대상포진의 주요 위험인자는 고령과 면역력 저하”라며 “50~60대 여성은 두 가지 위험인자를 모두 지닌 대상포진 고위험군”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상포진 환자 10명 중 3명이 50~60대 여성이었다.

발병 부위에 합병증 생길 수도

대상포진은 생명을 위협하진 않지만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먼저 극심한 통증이 찾아온다. 바이러스는 신경세포가 밀집한 신경절을 망가뜨리고 타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을 일으킨다.

‘숨이 턱 막히는 통증’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찬물을 확 끼얹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을 동반한다. 작은 마찰에도 심한 통증을 느끼고, 옷을 입거나 목욕을 하는 가벼운 일상생활조차 힘들다. 통증 척도에 따르면 대상포진의 통증은 수술 후 통증이나 산통보다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 교수는 “대상포진 환자 중 96%가 급성통증을 겪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이 중 45%는 매일 통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상포진을 치료한 뒤에도 후유증으로 만성통증이 남는다는 점이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통증이 지속된다. 문 교수는 “만성통증이 후유증으로 남은 환자는 불면증·식욕부진·우울증·만성피로에 시달린다”며 “이들에게는 진통제와 함께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을 투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상포진을 앓은 60세 이상 환자 중 40~80%는 치료 후 이런 만성통증으로 고통받는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병 범위가 넓거나 환자가 갖고 있는 만성질환이 많을수록 신경통이 후유증으로 남을 확률은 높아진다.

문제는 또 있다. 대상포진은 발병 부위에 따라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한다. 얼굴에 생긴 대상포진은 자칫 각막염·결막염을 일으키거나 심한 경우 시신경을 침범해 시력 상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상포진을 치료한 뒤에도 안질환이 만성으로 재발하기도 한다.

대상포진의 초기 증상은 오한·발열과 근육통이다. 이때는 예방백신을 맞아도 소용없다. 콕콕 찌르는 통증과 함께 몸 한쪽에 띠 모양의 물집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문 교수는 “발진이 나타난 뒤 72시간 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통증을 완화하고 대상포진 발생 후 신경통이 올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발진 나타나는 즉시 병원 가길

중년 여성 중 어렸을 때 수두를 앓았던 사람은 언제든 대상포진이 발병할 수 있다. 대상포진은 몸속에 숨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하면서 발병하기 때문이다. 수두는 나았더라도 바이러스는 여전히 몸속 신경에 남아 있는 탓이다. 그러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잠자던 바이러스가 깨어난다. 이때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퍼지면서 신경이 분포한 길을 따라 피부 표면까지 침범한다. 피부로 침범한 바이러스는 얼굴·몸 한쪽에서 띠 형태의 울긋불긋한 발진으로 나타난다.

대상포진은 무엇보다 예방하는 것이 답이다. 중년은 대상포진 고위험군이므로 이를 자각하고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 교수는 “특히 당뇨병·신장질환·호흡기질환 같은 만성질환이 있거나 최근 수술을 받아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대상포진이 발병할 확률이 높고, 후유증으로 이어질 위험도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50대 이상 중년 여성은 대상포진 예방백신을 맞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백신을 맞으면 발병 확률은 3분의 1로 떨어진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영양가 있는 식단을 챙겨 먹으며 면역력을 강화하는 생활습관도 들인다. 중년 여성은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기 쉬운 환경 변화에 놓이므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주변 사람과 대화하며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트레스와 과로는 발병 위험을 높이므로 평소 잘 관리한다. 문 교수는 “대상포진은 심각한 통증·후유증으로 삶의 질을 망가뜨리지만 미리 알고 대비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으므로 고위험군인 중년 여성은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송미 교수에게 듣는 대상포진의 오해와 진실

대상포진은 재발하지 않는다

대상포진은 전체 환자 중 1~5%가 재발한다. 국내에서는 대상포진 환자 2210명을 10년간 추적 조사했더니 2.31%로 재발했다는 보고가 있다.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이나 발병 시 통증이 후유증으로 남은 환자에게서 재발률이 특히 높다.

치통 증상이 대상포진일 수 있다

대상포진 초기에는 발열·근육통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감기로 오인하거나 파스를 붙이고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안면 부위에 대상포진이 오면 볼·턱 부위가 아파 이를 충치나 사랑니로 오해한다. 또 가슴이나 옆구리에 통증이 나타나면 흉통으로, 머리가 아프면 편두통으로 생각해 초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대상포진이 뇌졸중 확률을 높인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안면 신경을 침범하면 신경이 마비돼 한쪽 눈이 감기지 않거나 마비된 쪽의 미각이 없어질 수도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안면부에 대상포진이 생긴 환자에게서 뇌졸중 위험이 네 배 높게 나타나며 심근경색 발생 위험도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혈관이 약해지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신체 상태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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