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권을 전세권보다 우선 인정|경매때 입주자 전세금 찾기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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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믿고 전세집에 들었다가 전세금만 날리는 무주택서민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현행 주택임대차보호4법상 전세입주자의 전세권보호효력이 전입신고를 한 다음날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제3조)하고 있으나 세든집이 주택융자등으로 저당잡혀있고 주인이 이를 갚지못해 경매에 붙여질때엔 경매법(제3조2항)에 따라 등기부에 등재된 저당권만 우선적으로 인정, 전세입주자의 전세금은 사실상 되돌려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같은 법의 허점으로 전세금을 날린 피해자들은 서울YMCA시민중계실이 올들어 23일까지 접수한것만도 50여건. 법률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아파트나 연립주택등이 분양받을때부터 융자금을 안은채 분양되고 일반주택도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주택자금을 융자받은 경우가 많아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경매법의마비점이 보완되지않는한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에 진정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전세계약전에 등기부를 열람, 저당잡힌 집이라는 사실은 알았으나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자신이 두번째 저당우선권을 갖고있는 것으로 믿고 전세계약을 했다가 집주인이 그뒤 또다시 저당을 설정,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서울공능1동382의1 김묘례씨(58·여)집에 전세입주한 간동렬씨(44·운전사)등 4가구는 집주인이 융자금을 갚지못해 담보물이 경매에 넘어가는 바람에 전세금 1천4백여만원을 날리고 길거리에 내쫓기게 됐다.
82년9월∼83년10월초 사이에 입주한 간씨등은 전세든집이 82년7월 국민은행에 1천5백만원의 저당이 잡혀있었으나 집값이 7천만원정도는돼 안심하고 입주했으나 집주인 김씨가 83년10월말 대한보증보험에 2차 저당을 잡히고 3천만원을 빌어썼다가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갔다.
간씨등이 전세든 집은 지난15일 제3자에게 4천15만원에 경락되자 국민은행에 용자금 1천5백만원, 대한보증보험에 나머지가 돌아가게돼 전세금을 날리게 됐다는것이다.
또 서울암사동445의7에 81년4월 보증금 3백50만원을 주고 전세든 김승규씨(34·운전사) 는 집주인이 80년9월 신용금고에 집을 담보로 2천만원을 빌어쓴 것을 알고 신용금고담당자에게 전세금에 대한 것을 물어보았으나『집값이 융자금을 빼고도 충분히 남으니 걱정말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김씨는 집주인이 80년8월 2차저당으로 3천만원을 빌어쓰고 갚지않아 경매로 넘어가자 자신은 전세금을 날리게됐다고 호소했다.
한승헌변호사는 이같은 전세피해에 대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정신에 비추어볼 때 이런 경우 전세입주자는 보호돼야 마땅하지만 실제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때 법원의 판단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경매법에 전세권을 저당권으로 인정해주는 법개정이 있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제정에 관여했던 한 검사는 『학자들간에 의견차이가 있으나 이런 경우 법률상으로는 전세입주자가 보호받지 못할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판사에 따라서는 실무상 후순위 저당권자보다는 전세입주자를 보호하는 판결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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